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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재부의 노사정 합의 파기 … 망가지는 노동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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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교착상태다. 회의 첫날부터 파행을 겪더니 지금까지 의제조차 제대로 조정이 안 되고 있다. 그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니 어이가 없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대화를 재개하며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된 원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이 합의를 파기했다. 협상 당사자인 고용노동부는 당황했고, 한국노총과 경총, 노사정위는 할 말을 잃었다. 오죽하면 한국노총의 항의에 경영계가 “반발할 만하다”고 두둔했겠는가.

 9월 10일로 협상시한을 못박은 건 정부다. 불과 10일 만에 합의를 도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그런데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며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리는 건 시한 내 대타협 의지를 의심케 한다. “원포인트 협의체가 노사정위에 구성되면 집단대응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창 탄력을 받은 임금피크제 추동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게 기재부의 우려다. 집단행동으로 점철된 그동안의 노사관계를 감안할 때 이런 걱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 실적이 민간부문을 선도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을 신규채용에 합리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인데 합의를 파기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노동개혁은 실적에 얽매여 신뢰를 팽개치며 그르칠 정도로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고용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노사와 합의했다. 이를 다른 부처가 반대한다는 건 상식 이하의 결정이다. 전략은 고사하고 부처 간 협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어서다. 지금 기재부는 노동개혁을 망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어이없는 결정으로 혼란을 초래했는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명확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