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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무인기가 마음대로 서울 하늘 날도록 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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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지뢰 도발로 남북이 고강도 군사대치를 벌이던 지난달 22일 북한군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군 전초(GOP) 상공까지 날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무인기는 이후에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 중이던 24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비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북한 무인기가 백령도와 파주에 추락한 이후에야 실체를 파악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중부전선 일대에서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비행체의 궤적을 포착해 공군과 육군의 항공전력이 즉각 출동해 대응했다. 그만큼 우리 군의 대응태세가 진일보한 것이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나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시는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전군에 준전시 상태 명령을 하달함에 따라 우리 군도 최전방부대에 최고경계태세가 발령된 초비상 상황이었다.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 군의 대응 포격이 이어지던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그런 시기에 북한군의 무인정찰기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인기가 지대공 벌컨포 사거리에서 벗어난 고도를 날았고,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의 사격이 제한된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그래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건 설명이 안 된다.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천명한 만큼 무인기를 식별했다면 즉각 적절한 화력으로 사격을 가했어야 했다.

 북한 무인기의 남하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면 더욱 문제다.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나 핵전쟁보다 발생 가능성이 훨씬 큰 국지전에서 보다 위협적인 무기는 무인기 같은 비대칭전력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수도 서울까지의 거리가 50㎞도 채 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폭탄을 장착한 무인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 기술이 아직 초보적 단계라고 안심할 게 아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북한 공격용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기 전에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