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신드롬…이승환·김동완·장쯔이도 쓴다, SNS엔 ‘인증샷’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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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성능과 디자인 때문에 ‘대륙의 실수’라는 반어적 별명이 붙은 중국 DJI의 ‘팬텀3’.

큰 개 한 마리가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개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건 작은 비행물체, 드론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1985년)에서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갔던 2015년 거리 모습이다. 30년 전 영화 속 상상은 현실이 됐다. 드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용도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이제 드론으로 사진을 찍고, 프러포즈도 한다. 드론이 애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먼 일이 아닐 것 같다.

놀이용 10만원 미만, 촬영용 100만원대
가격 싸지고 조종 쉬워 30·40대 주 고객
중국선 드론에 반지 실어 프러포즈 인기

① 지난 6월 중국 가수 왕펑은 연인인 배우 장쯔이에게 드론으로 프러포즈했다. ② 지난 7월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한 중국 젊은이들의 드론 프러포즈 장면. ③ 올해 6월 미사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드론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아이드론]

한국모형항공협회는 국내에 5만 대 이상의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최근 SNS에는 자신의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드론’ ‘드론포토그래피’ ‘드론스타그램’이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2만 건 이상 등록됐다.

 주말 한강 둔치에선 드론을 날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달 드론을 구입한 최동현(41·양천구 목동)씨는 주말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비행장을 찾아 드론을 날린다. 최씨는 “어릴 때부터 RC(radio control·무선제어) 자동차와 헬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동차는 너무 장난감 같고 헬기는 비용이 비싸 구입할 엄두를 못냈다”며 “최근에는 항공촬영까지 할 수 있는 100만원대 드론이 나와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륙의 실수’ 드론도 나왔다

30~40대 ‘키덜트’(어린이 같은 취미를 가진 어른) 남성은 드론의 가장 큰 소비자다.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킨텍스점은 ‘드론존’을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본점 6층의 남성 명품관 중앙에 설치한 팝업(임시) 스토어에 드론을 배치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 올해 소공동 본점에서 드론 팝업 스토어를 설치했다. 이 두 개 매장에서만 월 150개 정도의 드론이 판매된다. 주연미 롯데백화점 남성스포츠부문 바이어는 “드론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지난해의 4~5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30~40대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드론 제품은 중국 DIJ의 팬텀 시리즈다. 고화질의 카메라가 기체에 달린 데다 일체형 프로펠러로 안정감 있는 비행이 가능하다.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 ‘대륙의 실수’라는 반어적 별명이 붙은 샤오미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에 빗대 또 다른 ‘대륙의 실수’라고도 불린다. 팬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최근 제품은 180만원대의 ‘팬텀3 프로페셔널’ 모델로 4K의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지난 4월 가수 김동완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갖고 나와 화제가 됐던 400만원 대의 드론 ‘인스파이어1’에 비해 가격이 싸면서도 비행이나 영상품질이 좋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가수 이승환은 ‘팬텀3’를 샀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드론 사용기가 소개되면서 젊은층의 드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내 비행용은 1만원대 많아

최근 SNS에는 드론을 구매했다거나 주말에 날렸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많이 올라와 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있는 다양한 드론 관련 사진들.

어린이용 드론도 인기다. 주부 김진아(36·강남구 역삼동)씨는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위해 3만원짜리 미니 드론을 구매했다. 김씨는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골랐다. 그는 “아이에게 첨단 기기인 드론을 접하게 해주려고 샀다”며 “카메라 없이 실내 비행만 되는 것을 샀는데 실제로 날려보니 기대에 못 미쳐서 다시 20만원대 이상의 카메라 장착 드론을 사려고 남편과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에는 10만원대부터 900만원대까지 다양한 드론을 구비해놓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리는 건 100만원대 제품이고, 그다음은 10만원대 미만의 제품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최근 ‘드론’이라는 상품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이곳에서 지난 8월 가장 많이 팔린 드론 10개를 살펴보니 2만~3만원대의 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미니 드론과 4만~10만원대의 소형 드론들이었다. 모두 날개가 4개 달린 ‘쿼드콥타’로 카메라가 장착된 것도 있지만 카메라 없이 비행만 할 수 있는 간단한 모델이 많았다.

과거 RC헬기와 뭐가 다른가요

드론이 이전에도 하늘을 나는 RC헬기는 있었다. 그런데 드론의 열기는 과거 RC헬기와는 다르다. 항공촬영 전문회사 ‘헬리캠’의 김대군 감독은 “대폭 낮아진 가격과 발달한 기술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그 이유를 풀이했다. 김 감독이 처음 무인 항공촬영에 사용한 헬기는 기체 가격만 3000만원이 넘었다. 카메라와 보조장비들까지 따로 구매해야 했다. 그는 “2011년 처음 프로펠러 8개짜리 독일산 드론을 도입했는데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다 구비하니 당시 가격으로 4000만원에 달했다”며 “당시엔 드론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직접 독일에서 공수해야 했다”고 했다. 현재 방송용으로는 800만~2000만원대의 드론을 쓰지만, 레저용의 경우 100만원대 드론으로도 수천만원대 드론과 비슷한 수준의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조종도 훨씬 쉬워졌다. 올해 드론전문업체 ‘아이드론’을 창업한 정동일 대표는 “드론을 본 순간 ‘이건 혁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RC헬기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30대에 처음 1000만원대 RC헬기를 장만했는데, 이것을 공중에 띄우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그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RC헬기와 달리 드론은 단번에 안정감 있게 공중 부양을 했다”며 “거기에 카메라까지 달려 원래 사진과 여행을 좋아했던 나에겐 꿈을 이뤄주는 마법의 지팡이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드론 개발·판매 및 관련 콘텐트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드론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기기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드론에 쏠리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신드롬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드론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이동기기라는 점을 꼽았다. 사진 촬영, 영화·드라마 촬영, 현장 탐사, 물건 배달, 씨앗 파종과 농약 살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치파악시스템(GPS), 무선제어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기기라는 것도 매력이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드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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