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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등 닮은 스티커의 힘 … 승객들 스스로 안전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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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 15면

1 20일 5007번 광역버스에 부착한 ‘안전띠 착용 스티커’. 버스 내 금연처럼 안전띠 착용도 당연한 일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2 ‘안전띠 착용 스티커’가 부착된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하고 있는 승객. [사진 경기도청]

지난달 31일,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통근버스 추락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근로자 61명을 태운 차량이 다리 아래로 추락해 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사고가 커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정원 초과입니다. 45인승 버스에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탑승하면서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들은 좁은 통로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안전띠 미착용입니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앉아 있던 승객 대부분이 안전띠를 하지 않아 사고를 더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승용차 앞 좌석에서는 안전띠를 매는 게 당연해졌지만 고속버스나 관광버스 등 대형차에서는 아직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운행되는 광역버스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수도권 광역급행버스 6개 노선에서 안전띠 착용률을 조사한 결과 2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승객 5명 중 1명만 안전띠를 착용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살펴본 안전띠 착용률은 더 낮습니다.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에서 출발해 서울 사당역을 거쳐 다시 수원역으로 돌아가는 7770번 광역버스에 탑승해 승객 100여 명의 안전띠 착용 여부를 관찰했습니다.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은 단 2명, 착용률은 2%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승객 대부분은 “귀찮아서 안전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등·하굣길마다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 정은하(26)씨는 “굳이 안전띠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안전띠가 거치적거려 옆 좌석으로 치워두고 앉을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전띠는 불의의 사고 시 피해를 막아줍니다. 교통안전공단의 2012년 버스 전복 실험 결과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버스가 뒤집힐 때 천장이나 버스 내벽에 심하게 부딪히게 돼 머리나 가슴 부위에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안전띠를 착용하면 버스와 함께 구르면서도 몸이 의자에 고정돼 있어 심하게 흔들리기만 할 뿐 다른 곳에 부딪힐 확률이 낮아 상해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머리 부상 확률은 안전띠 착용 여부에 따라 38배나 차이 났습니다. 스물두 번째 LOUD는 광역버스에 탑승한 승객들 곁에서 외쳐봅니다. 광역버스 이용객들이 안전띠 착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보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경기도도 이번 활동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하루 35만 명이 이용하는 광역버스가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안전띠 착용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 내에 부착된 ‘안전띠 착용 표시등’을 떠올렸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레 안전띠를 매곤 합니다. 기체가 흔들려 안전띠 착용 표시등에 불이 들어왔을 경우엔 착용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LOUD팀은 비행기 내에 부착된 ‘금연 표시등’과 ‘안전띠 착용 표시등’을 스티커로 제작해 버스 좌석 앞, 에어컨 옆 등 버스 곳곳에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금연 표시를 함께 붙인 이유는 ‘버스 내 금연’처럼 ‘버스 내 안전띠 착용’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뜻에서입니다. 스티커는 야광 소재를 사용해 터널을 지날 때 더욱 잘 보일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명지대 자연캠퍼스와 서울역을 오가는 5007번 광역버스에 ‘안전띠 착용 스티커’를 시범 부착했습니다. 승객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김범룡(57)씨는 “자리에 앉으니 스티커가 보여 처음으로 안전띠를 해봤다”며 “눈에 잘 보이도록 버스 카드를 찍는 승차 단말기에도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대학생 김동이(25)씨도 “안전띠를 매라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대부분 잠을 자거나 이어폰을 꽂고 있어 못 들을 것 같다”며 “이렇게 스티커로 눈에 보이는 곳에 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옥(63)씨는 “예전엔 버스에서도 담배 피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랫동안 캠페인을 해서 그런 일들이 사라졌다”며 “당장 효과가 없더라도 자꾸 홍보한다면 안전띠 착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며 모든 광역버스에서는 의무적으로 안전띠를 착용해야 합니다. 위반 시에는 운전사에게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되지만 이를 아는 승객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이 규정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면 어떨까요. 버스 내 금연이 당연한 일이 된 것처럼 버스 내 안전띠 착용도 당연한 일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김경미 기자 g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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