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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학습장으로, 단체 맞선 장소로 … 폴리전동차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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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20일 대구 상지유치원 어린이들이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에서 ‘이벤트 열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전동차 안팎이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캐릭터로 장식된 이벤트 모노레일. [프리랜서 공정식]

애니메이션 캐릭터 ‘로보카폴리’로 치장한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정거장으로 들어왔다. 탑승을 기다리던 어린이들이 “와∼” 함성을 질렀다. 전동차 안에도 캐릭터가 붙어 있다. 남현웅(4)군은 “폴리를 정말 좋아해요. 진짜 멋져요”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20일 대구 상지유치원 원아들의 체험학습 현장이다. 이는 대중교통인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을 직접 타보는 프로그램이다.

 전동차가 출발했다. 이인경(28) 교사가 “이게 무슨 차량이지요”라고 묻자 아이들이 “지상철”“무인철”이라고 외쳤다. 원아들은 전동차가 닿을 때마다 정거장 이름을 익히고 시가지도 감상했다. 주안나 원장은 “아이들이 좋아해 모노레일 탑승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 모노레일이 어린이 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만든 ‘이벤트 열차’ 덕분이다. 전동차를 통째로 빌려 어린이만 태운 채 교육할 수 있어서다. 전동차가 캐릭터로 장식돼 더욱 인기가 높다.

 이벤트 열차는 지난 7월 등장했다. 도시철도공사가 낸 아이디어다. 국내 처음 개설된 모노레일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14m 높이에서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 지하철과 달리 전동차 칸막이가 없고 내부도 밝아 교육하기에 적합하다. 이벤트 열차는 실제 운행하는 전동차와 마찬가지로 세 량으로 구성돼 있다. 정원은 좌석 89명을 포함해 265명이다. 정거장마다 서긴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편도 운행에는 48분이 걸린다. 이용료는 편도(24㎞)의 경우 35만원, 왕복은 62만원이다. 승객이 모두 탔을 때 요금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어린이가 단체로 탑승하면 50% 할인된다.

 지금까지 탑승객은 15차례 1500여 명.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8곳 1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예약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말까지 10여 곳 1000여 명이 예약을 마쳤다.

 이벤트 열차는 결혼정보회사의 맞선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동차를 빌려 선을 본 남성도 있었다. 이벤트 열차에서 결혼식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온 중고생 170명이 탑승했다. 이들을 인솔한 대구시체육회 박기범(39)씨는 “이벤트 열차를 이용해 도심을 보여주고 서문시장에서 쇼핑도 했다”며 “관광해설사가 중국어로 설명해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공사는 이벤트 열차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대구관광업계와 협의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코스에 모노레일 탑승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만간 서문시장에 야시장이 열리면 야경 감상과 함께 서문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노레일은 지난 4월 개통 이후 하루 평균 6만5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전망이 좋아 ‘스카이레일(하늘열차)’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홍승활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이벤트 열차는 대구에만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어린이 교육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의 053-640-7711.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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