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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학벌보다 능력 … 젊은 기능인을 응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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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대회 통산 19번째 종합우승, 5연패, MVP 수상자 3연속 배출’.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1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막을 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이루어낸 성과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45명의 20대 초반 젊은 예비 숙련기술인은 12시간의 시차와 30시간의 비행시간, 주최국 브라질의 텃세, 전통기능 강국 독일, 스위스 등 60개국 1200여명과의 경쟁으로 대회 마지막 날까지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종합우승의 꿈을 이루어냈다.

 지난 6개월간 주말을 반납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으로 기량을 연마한 대표선수, 별다른 보상 없이 오랜 기간 동안 대표선수를 열정적으로 지도한 심사위원과 지도위원, 지구 반대편까지 먼길을 동행한 통역 봉사요원의 노력과 수고, 그리고 대회기간 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치밀한 경기 분석으로 경기상황 변동에 대응한 사무국 직원이 있었기에 5연패가 가능했다. 19번째 종합우승의 뒤에는 대표선수 소속 회사의 지원 그리고 이들을 길러낸 학교 선생님의 노고가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48년 전 옷(양복)과 구두(제화)를 짓고 시계를 수리하던 ‘손끝 기술’에서 시작된 기능올림픽 신화는 1980~90년대 기계조립과 금형, 배관, 자동차 등 굴뚝산업을 거쳐 이제 정보기술(IT)과 모바일로보틱스 등 최첨단 산업과 문화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제과, 제빵, 요리, 헤어디자인 등 문화서비스산업에서 선전하여 후발국의 견제에도 기능올림픽에서의 향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 등 후발국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면서 향후에도 기능올림픽에서의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이들 국가는 기능인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에 기반한 한국형 인적자원개발 전략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부분에 주목했다. 기능올림픽에서의 선전을 통해 자국의 기능인력 우대 풍토를 조성하고자 기능올림픽의 유치(2019년 러시아 개최가 이번에 확정됐다)와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보다 먼저 기능강국이었던 독일·스위스·일본 등이 이제 기능올림픽에서의 성적은 한국보다 못하지만 기술선진국으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능올림픽에서만 절대 강자인 상황은 능력보다는 학벌이 우선시되는, 그래서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한국 현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기능올림픽 5연패를 통해 잠재력을 인정받은 이 땅의 젊은 예비 숙련기술인들이 독일의 마이스터나 일본의 명인처럼 저마다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명장도 하나 둘 뿌리 내릴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이제는 기능올림픽 우승에 대한 반짝 환호를 넘어, 젊은 예비 숙련기술인이 넘버원(Number One)으로, 그리고 온리원(Only One)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이들의 능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게 필요하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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