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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 ‘작계’로 바꾼 한·미, 북한 남침 땐 동시 선제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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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과 미국이 새 ‘작전계획(작계·Operation Plan)’을 만들어 지난 6월 서명을 마쳤다고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한·미 양국 군은 1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이 작계를 첫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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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고위 관계자는 26일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6월 새로운 ‘작계 5015’에 서명한 것으로 안다”며 “작계는 서명하는 순간부터 발효됐고 UFG 직전 올해 훈련에서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1974년 연합작전계획인 5027을 만들었으며 94년 미국이 북한 영변을 폭격할 계획을 수립한 직후부터 ‘5027-94’처럼 뒷부분에 연도를 붙여 업데이트해 왔다. 그러다가 한·미가 올해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지난 2010년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한 뒤 ‘작계 5015’를 구체화해 왔다. 올해 말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기는 2020년대 초로 연기했지만 ‘작계 5015’는 예정대로 수립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북한이 남침했을 경우 작계 5027은 일정 장소까지 후퇴 뒤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하는 개념이다. 반면 새로운 ‘작계 5015’에는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 그리고 북한의 공격과 동시에 반격하는 ‘선제타격’ 개념이 적용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공격력이 대폭 증강됐다”며 “일단 공격을 받은 뒤 반격하게 되면 워낙 피해가 커 북한의 공격력을 최단기간에 무력화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첨단 정찰장비를 활용해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하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군이 공격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 같은 반격을 하는 적극성을 담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한·미는 군사위성과 고고도 정찰기 등 정찰장비, 미사일과 정밀 유도무기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다만 합참과 연합사 차원의 최상위 개념은 6월에 서명했지만 부대 규모별(제대별)로 구성하는 세부계획은 연말까지 완성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북한이 새로 수립한 작전계획(7일 전쟁계획)과 최근 지뢰 도발 사건 이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노출시킨 움직임도 예하부대의 작계에는 반영키로 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작계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제한된다”면서도 “최근에 다 업데이트했고 UFG가 끝나면 사후 검토를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공동대비계획, 2013년 합의)의 운영도 ‘작계 5015’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한국군은 공동대비계획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군이 과도한 대응을 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미측이 국지도발 때도 개입해 대응 강도를 조정키로 했다고 한다. 미측은 전면전뿐 아니라 국지도발 때도 필요할 경우 미군이 보유한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측은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게 기본입장”이라며 “그러나 새 작계를 만들면서는 한국군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중 지뢰사고=남북이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고 있던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연천 모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이 26일 밝혔다. 다만 이 사고는 한국군이 설치한 M-14지뢰로 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남북 긴장 상황 등으로 인해 정밀조사를 하지 못하다가 26일 오전 사단 차원에서 조사했다”며 “당시 작전에 나섰다 지뢰를 밟은 A모 하사는 보호용 덧신을 신고 있어 뒤꿈치 부분만 골절됐으며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이지상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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