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천만 영화의 주역들.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 '베테랑' 제작사 강혜정 대표

중앙일보

입력 2015.08.26 00:30

업데이트 2016.11.29 14:27

남편이 연출하고, 아내가 제작한 영화 두 편이 흥행 돌풍을 몰고 왔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왼쪽 큰 사진)가 제작하고 남편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베테랑’과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오른쪽 큰 사진)와 남편 최동훈 감독이 만든 ‘암살’이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다들 만류한 영화, 두려움보다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

‘암살’(7월 22일 개봉, 최동훈 감독)과 ‘베테랑’(8월 5일 개봉, 류승완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한여름 스크린을 공략한 가운데, ‘암살’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고, ‘베테랑’은 관객 1000만 명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만큼 대중의 취향과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뜻이다. 두 감독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점에서도 닮았다. 프로듀서 아내와 감독 남편의 합작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와 ‘베테랑’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남편이자 연출을 맡은 최동훈·류승완 감독과 함께 흥행을 일궈냈다. 안수현·강혜정 대표를 만나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사진=라희찬(STUDIO 706)‘암살’(7월 22일 개봉, 최동훈 감독)과 ‘베테랑’(8월 5일 개봉, 류승완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한여름 스크린을 공략한 가운데, ‘암살’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고, ‘베테랑’은 관객 1000만 명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만큼 대중의 취향과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뜻이다. 두 감독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점에서도 닮았다. 프로듀서 아내와 감독 남편의 합작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와 ‘베테랑’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남편이자 연출을 맡은 최동훈·류승완 감독과 함께 흥행을 일궈냈다. 안수현·강혜정 대표를 만나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1158만9270명. ‘암살’이 모은 관객 수(8월 24일 기준)다.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도둑들’(2012)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이로써 최 감독은 명실공히 확실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최 감독의 곁에는 늘 안수현 프로듀서(44)가 있다. ‘도둑들’과 ‘암살’을 제작한 케이퍼필름 대표이자 최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를 대학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개봉 시점이 좋았던 것 같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시기가 절묘했다.”

최 감독이 꽤 오래 전부터 ‘암살’을 구상했다고 들었다.

“‘타짜’(2006)를 끝내고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독립군 이야기를 구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30년대의 공간을 담아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3년 전, 최 감독이 상하이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됐고, 중국 세트장에서 촬영하면 제작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만주와 상하이에 있던 독립 운동가들이 지령을 받고 경성으로 오면서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중국 로케이션이 꼭 필요했다. 이후 헌팅을 시작했고, 세트장이 섭외되면서 제작에 탄력을 받았다.”

시대 배경이 되는 세트장 확보가 제작의 관건이 된 건가.

“맞다. 시대의 룩(Look)이라는 게 있잖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를 보면 30년대 미국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런 설정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30년대를 제대로 다룬 적이 없지 않나. 당시 시대상을 완벽하게 담아내면 새로운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풍경이라면 다른 관객도 좋아할 거라 믿었다.”

정치적 소재인 독립 운동을 다뤘고, 최근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등 위험 요소가 적지 않다. 투자 받기 수월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다들 미쳤다고 했다(웃음).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상업적으로 검증이 안 됐고, 제작비 180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말리더라(웃음). 하지만 두려움보다 만들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그 시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암살’을 기획할 때 세운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재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마음대로 상상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에 억지로 다른 설정을 추가하지 않았다. 또 관객이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김구는 알지만, 김원봉은 잘 모르지 않나. 36년 동안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도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끝까지 사수하려 했던 이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비록 상처는 있었지만, 패배의 시대는 아니었다고 본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렸던 적이 있나.

“극 중 경성엔 미츠코시 백화점·한국은행·남산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짓는 건 무리였다. 결국 CG(컴퓨터 그래픽)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력을 다했다.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거라 가장 많이 논의했고,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다.”

안 대표와 최 감독은 처음엔 갑과 을의 관계로 만났다. 지난 2000년, 안 대표는 싸이더스 FNH 제작부에 있었고, 최 감독은 ‘눈물’(2001, 임상수 감독) 연출부에서 막 촬영을 끝낸 참이었다. 당시 최 감독을 눈여겨본 싸이더스 FNH 차승재 대표는 안 대표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며 최 감독과 계약을 진행하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연결해 줬던 프로젝트는 엎어졌다. 결국 안 대표는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감독)의 제작 실장을 맡았고, 최 감독은 새 시나리오를 쓰면서 데뷔를 준비했다. 이후 안 대표는 ‘4인용 식탁’(2003, 이수연 감독)으로 프로듀서 데뷔를 했고,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2003)으로 감독 신고식을 치렀다. 그때 두 사람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안 대표는 “프로듀서 일이 서툴고 어려웠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의기소침했다”며 “당시 친구였던 최 감독이 멋지게 데뷔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영화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극이었나.

“영화 제작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과정이다. 하나하나 현실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당시 최 감독은 신인이었는데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감독이라면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재능 있는 것보다 관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태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 점에서 그가 존경스러웠다. 나에게는 에너지원 같은 사람이다(웃음).”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할 텐데, 감독과 어떻게 타협안을 찾나.

“어떤 선택을 하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서로 자기 주장만 하지 않는다. 대신 설득과 논의를 많이 거친다. 영화 만드는 과정엔 정답이 없다. 어떤 선택을 하면 그게 맞다고 믿고,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웃음). 다른 선택에 미련을 갖고, 후회하면서 찍으면 결국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객관적 시각으로 자신과 최 감독의 성향을 평가한다면.

“최 감독은 도전적이고, 나는 안정 지향적이다. 만약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나는 촬영을 미루자고 하고, 최 감독은 예정대로 강행한다. 최 감독 입장에서는 촬영을 미뤄서 생기는 골치 아픈 변수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는 모험적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제작자는 확신을 갖고 수많은 스태프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무척 외롭다. 다행히 남편인 최 감독이 옆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1000만 영화’ 두 편을 만든 제작자의 관점에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나.

“뚝심이다. 영화 제작 예산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의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실패가 큰 손해를 안기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사에서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근거로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런 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감독이 확신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 감독이나 류승완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데뷔 때부터 줄곧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검토 중인 차기작이 있나.

“아직 없다. 사무실 서랍 속에 여러 편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중 어떤 영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영화의 운명인 것 같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모두 즐기는 영화는 쉬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베테랑'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19일 오후, 서울 천호동에 있는 영화사 외유내강 사무실을 찾았을 때, 강혜정(45) 대표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베테랑’의 관객 1000만 명 돌파가 시간 문제여서 그런지, 사무실 전체에 활력이 가득했다. 마침 올해는 강 대표와 남편 류승완(42) 감독이 함께 영화사를 차린 지 10년이 되는 해다. 강 대표의 말마따나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은 세월”이었지만, 둘은 인내심을 갖고 버텨냈기에 첫 ‘1000만 영화’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등 선 굵은 흥행작을 내놓은 ‘여걸’ 제작자답게, 강 대표는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관객 1000만 명 돌파가 시야에 들어왔다. 소감이 어떤가.

“얼떨떨하다. ‘베를린’으로 의미 있는 스코어(관객 710만 명)를 냈는데, 다음 작품에서 흥행 기록을 갱신해 정말 감격스럽다.”

‘베를린’을 찍으며 지쳐 있던 류 감독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해외 로케이션이 많은 대작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새로운 콘티가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기도 했다. 표절 시비까지 겹치며, 감독 일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즐기며 신나게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 의기투합했고, 그 결과물이 ‘베테랑’으로 나왔다.”

원래는 ‘여명의 눈동자’나 ‘베를린’ 속편을 만들려 하지 않았나.

“‘베를린’ 속편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전작을 만든 과정이 너무 힘들어 당분간 하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92, MBC)를 2부작 또는 3부작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드라마를 연출한 김종학 감독이 돌아가시면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류 감독이 3일 만에 ‘베테랑’ 초고를 써 왔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베를린’과 달리, 단순하고 힘이 있었다.”

‘부당거래’ ‘베를린’ 등 심오한 서사를 다뤘던 류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류 감독은 오락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약간 거부감이 있다. 은유적이고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예술가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을 통해 류 감독뿐만 아니라, 나도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정말 쉬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뒷맛이 씁쓸했던 ‘부당거래’와는 완전히 반대의 영화를 만들려 했고, 그게 적중했다. 류 감독은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현장에서 화를 많이 내는 걸로 악명 높은데, ‘베테랑’을 통해 현장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하더라.”


‘베테랑’이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관객에게 통쾌함을 안겨드렸다는 것이다. 영화가 줄 수 있는 대리 만족이다. 어쭙잖게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더라. 관객을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하지만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불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베테랑’이 줬다고 본다.”

개봉이 세 차례나 연기된 게 결국 호재로 작용한 것 아닌가.

“지난해 7월에 촬영이 끝나, 10월에 개봉하려 했는데, 설날 영화로 밀렸다. ‘국제시장’(2014, 윤제균 감독)의 흥행 여파로 5월로 미뤄지더니, CJ측이 아예 여름 시장으로 가자고 하더라. ‘관객 1000만 명’이란 스코어는 원래 우리 안중에 없었다. 예정대로 10월에 개봉해, 관객 300만~350만 명을 목표로 했다. 영화는 자기 운명이 있는 생물인 것 같다.”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고조된 반(反) 재벌 정서도 무시 못할 흥행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말, 등급 심의를 넣을 때 그 사건이 터졌다. 그 회사의 중역들이 영화 속 최 상무(유해진)처럼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며 정말 놀랐다. 류 감독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썼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부당거래’ 때도 영화가 흥행한 뒤, 영화처럼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심해져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구상 중인 ‘베테랑’ 속편은 어떤 내용인가.

“공분을 자아낼 다음 목표를 무엇으로 잡을까 고민 중이다. 진즉에 응징해야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하는, 쉽지 않은 상대여야 한다. ‘베테랑’에서 조태오(유아인)가 ‘내가 이 수갑 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라고 큰소리친다. 그게 현실이지만,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는 거다.”

류 감독은 생전에 마스터피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아직도 갖고 있나.

“그런 강박이 심하다. 마스터피스를 만들려면 액션은 그만 찍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러면 울화통 터져서 영화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베테랑’과 ‘베를린’ 시리즈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너무 마스터피스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해 줬다. 류 감독은 부모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인지, 자기도 오래 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갖고 있다. ‘베를린’ 찍고 나서 너무 힘들어 해 상담을 받았는데, 장남으로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며 살아오느라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거라고 하더라.”

강 대표와 류 감독의 결혼 과정은 한 편의 동화 같다. 강 대표의 부모는 명문대를 졸업한 딸을, 고졸 학력에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 백수에게 주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류 감독은 당시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배우 류승범)을 먹여 살리는 소년 가장이었다. 오랜 연애 끝에 결국 결혼 승낙을 얻어낸 둘은 약 36㎡(11평)짜리 영세민 아파트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 연로한 시할머니, 고교를 자퇴한 시동생과 함께. 그렇게 18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들은 영화 같은 인생 반전을 이뤄냈다.
영화사 이름을 외유내강으로 지은 이유는.

“함께 영화를 공부하며 연애할 때 남편의 성(姓)인 ‘류’와 내 성인 ‘강’을 따서, 장난처럼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니들이 언제 깨지나 보자’며 삐딱한 시선으로 보던 때였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류승완 감독)가 처참히 실패했을 때다. 당시 말기 암을 앓던 아버지가 그걸 알고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투병 의지를 접으셨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너무나 가슴 아프다. 빈털터리가 된 채 영화사를 접어야 했다. 남양주 세트장에 회사 집기를 맡기고 돌아오던 날, 펑펑 울었다. 10년 전 성공했던 인터넷 영화를 어정쩡하게 재탕한 게 패인이었다.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둘 다 아이들 덕분에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인데, 가정과 일의 균형을 어떻게 잡나.

“엄마 역할이 최우선이다. 회사 대표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엄마는 나 아니면 안 되니까. 현장에 매번 나가지 못하지만, 제작자로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려고 한다. 시나리오와 캐스팅이 확정되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류 감독에게 ‘영화가 망해도 책임은 내가 진다. 당신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라’란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차기작은 뭔가.

“현재로선 류 감독이 연출하는 ‘군함도’다. 황정민이 일본 군함도의 탄광에 징용으로 끌려가는 악단장 역을 맡는다. ‘비극의 역사에서 무엇을 반추해야 하는가’란 주제를 쉽고 명징하게 풀어가려고 한다. ‘거인’(2014)의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는 파격 멜로 ‘여교사’도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베테랑’의 수익금 일부를 운영이 어려운 영화 단체에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류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곳도 독립영화협의회 워크숍이었다. “언젠가 돈을 벌면, 영세하지만 뜻 있는 일을 하는 영화 단체를 돕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류 감독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부창부수인가. 하하하.”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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