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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잠수함 50여 척 작전 투입 … 평상시 기동 1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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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은 23일에도 잠수함 50여 척을 작전에 투입하는 등 긴장 강도를 높였다. 사진은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 [중앙포토]

남북이 22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고위급 접촉을 하는 동안에도 북한 해군은 50여 척의 잠수함을 작전에 투입하는 등 군사적 긴장 강도를 높였다고 군 관계자가 2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70여 척의 잠수정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해 작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평상시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 다.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도발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들은 마양도와 남포 등 동해·서해에 있는 거의 모든 부대들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북한은 23일 오전부터 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을 복귀토록 하는 등 해상 통제에도 나섰다.

 북한군은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회담 제안(21일 오후 4시) 당시보다 전방지역에 주둔 중인 포병을 증강 배치했다. 군 정보 관계자는 “북한군이 평소엔 갱도나 부대에 뒀던 방사포(다연장 로켓)와 자주포 등을 사격 진지에 옮겨두고 명령만 떨어지면 사격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해 전략적 압박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담장 밖에서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자 한국군과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미군 역시 정찰 감시장비 투입을 늘렸다. 군 관계자는 “미군도 일본과 괌에서 글로벌호크(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작전에 투입했을 뿐 아니라 북한 잠수함 탐지를 위해 최신예 해상초계기인 포세이돈(P-8)을 투입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 지상군의 움직임에 대비해 이동표적 감시가 가능한 고성능 정찰기 제이스타(JSTAR)의 투입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미군은 지상에 전파를 쏴 영상으로 만들어 야간과 악천후에도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도 운용하고 있다.

 군은 전방지역에는 다연장 로켓포와 자주포 등 화력을 증강했다. 한·미 양국 군은 지난 21일 오후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 했다. 한·미는 22일엔 F-15K와 F-16 전투기 4대씩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공군은 해외 훈련에 나섰던 F-16 전투기 6대를 이틀 앞당겨 복귀시켰다.

 남북 간 대치가 협상 모드로 바뀌었지만 전방의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일주일째 귀가하지 않고 국방부 청사와 합참 지휘통제실을 오가며 상황을 지휘했다”며 “지난 17일 을지연습 이후 집무실과 국방부 구내 게스트하우스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동해·서해 기지에서 사라져
협상 우위 점하려 군사 압박
군, 해상초계기로 탐지 강화
한·미 전투기 8대 무력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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