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아베, 국민적 합의 진화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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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사진) 일본재건이니셔티브 이사장(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아베 담화에 대해 “내용은 합격점 이상이고 프로세스(담화 발표까지의 과정) 면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내용은 7점, 프로세스는 8점이다.”

 -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담화는)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해 반성·사죄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명하고, 평화국가로서 계속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명확히 했다. 그중에서도 반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1995년의 내각 총리 담화(무라야마 담화)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일본 정부 정책이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일본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가.

 “ 진보 세력 중심으로 추진돼온 역사 인식의 국민적 합의를 전후 일본의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아베 총리)이 보수를 포함해 폭넓은 국민적 합의로 진화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담화를 각의 결정으로 한 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를 통해 일본의 역사 인식의 새로운 균형추(ballast)가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 다른 평가는 없는가.

 “ 이번 담화는 명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좀 더 속내가 배어 나오는 듯한 표현이 있었으면 했다. 담화 작성 과정에서 마지못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안팎에 준 것은 유감이다. 그럼에도 정치에서는 명분도 중요하다.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 입장이라는 명분 측면에서 안정감이 있는 담화가 됐다. ”

 - 아베 담화는 “다음 세대가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 생각에 찬성한다. 아베 담화는 이 표현 뒤에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에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명기했다. 개개인이 직접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 사죄할 필요는 없다. 유교권 사회에는 집단 죄의식 사고가 아직도 강하지만 이를 고집하는 한 가해자와 피해자 간 과거 화해는 어렵다. 그러나 개개인이 직접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서도 국가·국민·미래세대는 그 함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뒤 구절은 이를 얘기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균형이 잡힌 역사 인식이 되고 있다.”

 - 아베 담화가 한·일 관계에 줄 영향은.

 “전향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믿는다.”

 -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은.

 “일본의 정치 지도자가 종군 위안부 분들을 직접 만나 사죄의 말을 건네고 그들을 포옹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국민이 그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도록 반성하고, 후세에 계승해나갈 것을 맹세하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를 받아들여 이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이 문제를 정치적·이념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거나 골대를 옮기는 것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도쿄=오영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