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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법원 판결 따르지만 인정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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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0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 원심을 확정한 데 대해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면으로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저는 오늘 정치탄압의 사슬에 묶인 죄인이 됐다. 공정해야할 법이 정치 권력에 휘둘려버리고 말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탄에 가신 후 6년 동안, 저는 검찰의 표적 기획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죄없는 피고인으로 살아야만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으로부터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기를 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013년 9월 항소심에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2만원이 선고됐고, 대법원이 이날 상고기각 처리해 원심이 확정됐다.다음은 한 전총리 기자회견문 전문.

<한명숙 전 총리 기자회견문>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명숙입니다.

그동안 저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함께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에 당당히 버티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정치탄압의 사슬에 묶인 죄인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해야할 법이 정치권력에 휘둘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비탄에 가신 이후, 지난 6년 동안, 검찰의 표적 기획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죄 없는 피고인으로 살아야만 했습니다. 검찰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저를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기소가 거짓으로 판명되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들은 성공했고 저는 서울시장에서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1차 사건의 1심 무죄판결이 선고되기 하루 전날, 또다시 별건을 조작해 2차 정치적 기소를 자행했습니다. 백주대낮 도로 한 복판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얼토당토않은 혐의를 덮어씌웠습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제게 돈을 줬다는 증인이 재판장에서 돈을 준 사실이 없다는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검찰의 기획수사임이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돈을 준 사람이 없는데 돈을 받은 사람만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한 날조된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2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이후 항소심이 시작됐지만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돈을 줬다는 증인을 재판정에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채 2심 재판부는 무죄를 뒤집고 검찰의 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1심에서 입증된 모든 무죄 취지는 2심에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만을 인용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역사는 2015년 8월20일을 결백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날로 기록할 것입니다.

국민 앞에서 저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입니다. 비록 제 인신을 구속한다 해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습니다.

70평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왔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고문 받고 옥살이까지 했지만 굽히지 않고 정의롭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국민의 사랑과 격려가 저를 붙잡아 주셨습니다. 저의 결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저는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습니다. 국민의 힘이 마침내 진실의 역사를 만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비록 제 몸은 정치적 압슬에 묶이더라도 저의 정신과 의지마저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절망하지도 않겠습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빕니다.

2015년 8월20일
한명숙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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