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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한국 … 소·닭고기 소비 사상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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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전업주부 조소형(44)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보는데 보통 15만원을 쓴다. 그중 고기 값이 7만~8만원이다. 조씨는 “아들 둘을 키우는데 학교에서 대부분 급식을 먹기 때문에 집에선 고기를 먹이려고 한다”며 “가격이 부담돼 싸게 파는 정육점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최근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8일 기준 쇠고기 1등급 한우 등심 1㎏의 소비자가격은 7만2720원이다. 평년(6만3450원)에 비해 14.6%, 지난해(6만6530원)에 비해 9.3% 값이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도 비슷한 흐름이다. 현재 냉장 삼겹살 1㎏이 2만2330원으로 평년(1만8930원)보다 18% 비싸다. 1년 전(2만280원)과 비교해도 10.1% 높은 값이다. 그나마 도축량이 역대 최고치에 달한 닭만 값이 떨어졌다.

 쇠고기·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해서다. 올 6월 쇠고기 소비량은 국내산 1만9287t, 외국산 2만8028t으로 합쳐 4만7315t에 달한다. 한 명이 1㎏을 소비한 셈이다. 1년 전 같은 달(4만800t)보다 16% 증가해 사상 최고치(매년 6월 비교)를 찍었다. 6월 닭 도축량도 9181만6000마리로 전달보다 12.2% 증가해 6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 한국인 한 명이 최소 닭 2마리를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달리 곡류나 채소류 소비는 줄어드는 중이다.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가장 소비가 많은 5대 채소 가운데 배추의 생산·소비량은 2010년 248만t에서 지난해 236만t으로, 무는 같은 기간 131만t에서 121만t으로 감소했다. 그야말로 ‘육식 한국’이다.

 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육류 소비가 급증한 이유로 ▶캠핑 문화 확산(돼지고기) ▶‘치맥’ 유행(닭고기) ▶2011년 한우 값 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소비 촉진·할인(쇠고기) ▶정육점형 식당 활성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 기피 ▶중국 관광객 급증 등을 꼽았다.

 폭증하는 소비는 결국 수입으로 메워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 1~6월 육류 수입액은 19억6670만 달러(약 2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9.2% 늘었다고 집계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육류는 소득 탄력성이 높은 식품”이라며 “소득이 높아질수록 육류 소비가 빠르게 늘기 마련”이라며 “선진국은 이미 ‘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버터·치즈 등 유제품’ 수순을 밟아 왔다”고 설명했다.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다지만 쇠고기를 기준으로 1인당 연평균 소비량에서 한국(2014년 10.8㎏)은 미국(이하 2013년 36.4㎏), 홍콩(35㎏), 유럽연합(15.5㎏) 등에 미치진 못하고 있다. 임 교수는 “ 앞으로 국내 육류 소비량과 수입량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값싼 수입육에 대항하기 위해 축산농가는 생산성·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현숙 기자, 노유정 인턴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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