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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모리의 미국 시장 공략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웨스트 32번가에서 향긋한 한국산 화장품 내음이 퍼졌다. 뉴욕 멋쟁이들의 발길을 붙잡은 향기는 토종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의 맨해튼 플래그십 1호점에서 나왔다.

개장 행사가 열린 이날 매장은 다양한 고객과 이름난 ‘파워 블로거’들로 붐볐다. 연령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가리지 않았다. 특히 토니모리의 ‘펀(fun)’ 제품에 시선이 쏠렸다. 바나나ㆍ복숭아ㆍ사과ㆍ귤 같은 재미있는 디자인 용기에 담긴 화장품이 톡톡 튀었다.

올해로 설립 10년째인 토니모리가 멋의 본고장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K 뷰티’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뉴욕 1호점에 앞서 이달 초엔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플래그십 점포를 개장했다. ‘글로벌 브랜드’ 도약이란 꿈을 향해 차근차근 해외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맨해튼 1호점의 클로이 임(34) 매니저는 “화장품 용기만 봐도 제품 기능을 짐작할 수 있다”며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난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순면 마스크 시트’를 써본 고객이 자연스레 피부관리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을 살려 토니모리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세포라 매장에도 입점했다. 세포라는 세계 1위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화장품 유통 계열사다. 기자가 뉴욕에서 찾아간 세포라 콜럼버스 서클점엔 쟁쟁한 화장품이 즐비했다. 고객들은 아모레퍼시픽ㆍ빌리프 같은 한국산 화장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 토니모리 제품에도 많은 눈길을 줬다. 현지에서 토니모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한인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ㆍ캐나다ㆍ유럽인 등 외국인이 95%에 달한다.

고객이 늘면서 ‘히트 제품’도 나오고 있다. 5년 전 한국에서 출시한 ‘키스키스 립에센스’다. 태평양을 건너가 ‘뽀뽀 립밤’으로 거듭났다. 5개월동안 20만개가 팔렸다. 토니모리 세포라 영업·마케팅 담당 미셸 김 부사장은 “제품 가격대가 합리적인데다 지난해 세포라가 주목한 글로벌 브랜드 톱 10에 뽑힐 만큼 품질까지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토니모리는 월마트와 월그린ㆍQVC홈쇼핑 등의 신규 입점도 협의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오래 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한 덕이 크다. 특히 한국 여성의 탱탱하고 윤기있는 피부가 미국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실제로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퍼펙트 립스 쇼킹립’을 가장 좋아한다는 미국인 안나(23)는 “값이 10배나 비싼 글로벌 제품들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행복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힘업어 토니모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52억원으로 전년보다 21% 급증했다. 현재 세계 24개국에서 5000여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커졌다. K뷰티와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 소코 글램의 샬롯 조 대표는 “미국에선 정말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데, 달팽이가 원료인 특이한 화장품처럼 토니모리만의 차별화된 제품력이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뉴욕=박진열 기자 rycood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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