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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이재용·정용진 … ‘범 삼성가’ 조문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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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들은 눈빛으로 말했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17일 저녁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 손경식(76) CJ그룹 회장 등 ‘범 삼성가’ 인사들이다. 이들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착잡한 표정으로 고인을 회상했다.

 당초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의 장례식을 CJ그룹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18일 오전 9시부터 서울대병원과 서울 필동 CJ인재원 두 곳에서 조문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식 조문을 하루 앞둔 17일 저녁부터 범 삼성가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오후 7시쯤 휠체어에 의지해 나타난 이 명예회장의 누나인 이인희(87) 한솔그룹 고문이었다. 여동생 이숙희(80)·순희(77)씨도 곧이어 자리를 함께했다. 8시가 지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70)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 정재은(76) 신세계그룹 명예회장, 이명희(72)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43) 신세계그룹 부사장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한그룹에서도 이영자 회장과 이재관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후 9시 정각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행원 없이 혼자 나타난 이 부회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나타나 손경식 회장 등과 대화를 나누고는 9시17분쯤 자리를 떴다. 범 삼성가는 이날 저녁 치러진 예불에 참석해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가족 외에는 이 명예회장과 생전에 절친했던 김동건(76) 아나운서가 빈소를 방문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14일 오전 9시39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방부제 작업과 검역 등 시신 운반에 대한 중국 정부의 행정절차 때문에 운구가 늦어졌다. 이날 운구는 베이징발 김포행 대한항공 KE2852편으로 진행됐으며 이 명예회장의 처남인 손경식 회장과 차남인 이재환(53)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함께 귀국했다. 오후 3시30분쯤 김포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손 회장은 “(이 명예회장이) 수면 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며 “큰 고통 없이 가신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망 당시 이 명예회장에게 유서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의 시신은 곧장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상주는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장례위원장은 이채욱(69) CJ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날 법원은 이 회장이 장례절차에 참석하기 위해 제출한 구속집행정지 주거제한 변경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20일까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식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버지의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현재 신장이식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다. CJ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빈소를 찾을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 이 회장이 빈소를 방문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서울대병원, 영결식은 오전 8시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진행된다. CJ인재원은 이 명예회장이 자택으로 쓰던 곳으로 이재현 회장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곳이기도 하다. CJ그룹 관계자는 “CJ 직원들이 교육을 받는 상징적인 장소이고 이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라며 장소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일반인 조문은 18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유족으로는 아내 손복남(82) CJ 고문을 비롯해 이미경(57) CJ그룹 부회장, 이재현 회장, 이재환 대표 등 3남매, 손자 선호(25)·호준(16), 손녀 경후(30)·소혜(24)씨가 있다. 02-2072-2091~2.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설명

17일 오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범(汎) 삼성가 인사들이 속속 모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조문했다(사진 1부터). 이에 따라 삼성가 오너 3세대인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대에서는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사촌인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뉴시스]

사진 4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삼성가 장손인 선호(25)씨가 17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영정을 들고 운구 행렬을 이끌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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