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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한 아베, 앞으로 나간 박 대통령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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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01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국민 대합창-나는 대한민국’에 참석해 애국가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 둘째부터 가수 이선희, 한 사람 건너 박 대통령, 김연아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 가수 이승철.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과거형 사과에 대한 미래형 응답’이었다. 전날 발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비판을 자제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취임 첫해와 지난해에 비해 어조가 부드러워졌다. 역사 문제에 대한 원칙 대응과 동시에 서로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 병행이 요지다. 지금까지 원칙에 두어졌던 무게중심이 실리 쪽으로 유연하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중앙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아베 총리의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아베 담화만 갖고 망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다소 불편하지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그런 상황이 경축사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해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베 담화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한·일 관계를 투트랙(과거사와 안보·경제 등 문제 분리)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북 메시지엔 획기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투트랙 기조가 담겼지만 톤은 다소 강했다. 김정은 정권의 태도에 변화가 안 보이는 데다 광복절 직전 북한군이 지뢰 도발을 벌였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내용을 많이 담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한 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지뢰 도발에 대해선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징 대신 대응으로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종전과 같이 핵 개발 즉각 중단,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잇따라 거론하면서 구체적으론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를 제안했다. 특히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뜻을 밝히면서 “북한도 동참해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획기적인 비전과 카드가 빠졌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묶어 고위급 회담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이날 도쿄의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일왕이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여성활약담당상 등 현직 각료 3명과 국회의원 약 100명은 A급 전범들을 합사한 군신(軍神) 신사인 야스쿠니(靖國)를 참배했다.

8·15 경축사서 한·일 관계 개선 의지 피력 … ‘희한한 일본 사죄’에 미래형 메시지로 대응

장세정·이충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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