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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잠시 우정 내려 놓겠다"…김진수의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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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DB]

"흥민아 개막 축포 쏘렴! 대신 승리는 우리 팀 몫이야!"

김진수(23·호펜하임)가 동갑내기 단짝 손흥민(레버쿠젠)에게 선전포고했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해 '제2의 이영표'라 불린다. 박지성(34)이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공격수 손흥민은 한국축구 대들보로 성장했다.

김진수와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2015-16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김진수는 13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잠시 우정을 내려 놓겠다"고 말했다. 구자철(26)과 박주호(28·이상 마인츠), 홍정호(26)와 지동원(24·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류승우(22·레버쿠젠) 등 총 7명의 한국인이 독일 무대를 누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는 JTBC3 FOX Sports가 단독 중계한다.

-지난 시즌 니가타(일본)를 떠나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직접 경험한 분데스리가는 어땠나.
"분데스리가는 꿈의 무대다. 도르트문트 원정을 가서 8만 관중 앞에서 뛸 때 소름이 돋았다. 선수들 피지컬이 남다르고, 경기 템포도 빠르다. 특히 오바메양(26·도르트문트)을 막는 데 애를 먹었다. 경기 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오바메양 30m 달리기(3.7초)가 우사인 볼트(육상 100m·200m 세계기록 보유)보다 빨랐다."

-데뷔 시즌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19경기에 출전해 8위에 힘을 보탰다.
"아시안컵 후 곧바로 리그 경기에 출전했는데 팀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기스돌(46) 호펜하임 감독님이 '킴은 장시간 비행기를 탔는데, 킴보다 못 뛰면 어떻게 하느냐'고 선수들에게 호통을 쳤다. 2012년 호펜하임에 임대로 왔던 우사미(23·일본)는 훈련 후 샤워만 하고 사라져 별명이 '유령'이었다고 한다. 난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한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출국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뒤 난 더 단단해졌다. 오른 팔뚝에 새긴 '백절불굴(百折不屈·백 번 꺾여도 결코 굽히지 않는다)'처럼."

-올 시즌 한국 선수들 전망은 어떨까.
"흥민이가 뜨면 상대팀이 전담 마크를 꼭 붙인다. 그런데도 흥민이는 한 방이 있다.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17골을 터트렸다. 독일인들은 한국은 잘 몰라도 '차붐(차범근 별명)'은 안다. 독일 6년차 흥민이가 차범근(62) 전 감독님이 보유한 대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한국인 중앙수비로 주전을 꿰찬 홍정호 형을 보고 나도 힘을 얻었다. 구자철 형이 경기 중 지시를 내리면 독일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르더라. (지난 시즌 무득점에 그친) 지동원 형은 체력과 멘탈이 좋고, 절치부심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한 달에 한 번 마인츠에 모여 한국 음식을 먹는다. 계산은 최고참 박주호 형이 한다."

-새 시즌 판도는 어떨까.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뮌헨은 슈바인슈타이거(31·맨유)가 떠났지만, 아르투로 비달(28) 등을 영입해 변함 없이 우승후보다. 흥민이가 있는 레버쿠젠, 조직력을 갖춘 볼프스부르크, 패스 플레이가 좋은 보루시아MG가 대항마 같다. 호펜하임은 실점해도 공격해 난타전을 펼치는 '남자의 팀'이다. 새 시즌 개인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고, 팀 목표는 유로파리그 진출이다."

-손흥민과 절친이다.
"2009년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코드가 잘 맞았다. 서로 '자기야~'라고 부른다(웃음). 지난 시즌 맞대결 때 흥민이를 막다가 손톱으로 상처를 냈다. 흥민이가 '나 말고 다른 선수 좀 막아라'고 하더라(웃음)."

-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박지성-이영표 콤비를 이을 수 있을까.
"나와 흥민이는 2002년 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시작한 '2002 키즈'다. 서로 박지성·이영표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1월 대표팀 미국 전지훈련 때 이영표 선배를 만났다. 첫사랑을 보러 가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흥민이가 공격하고, 내가 수비해 월드컵 4강 신화를 또 한 번 써보고 싶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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