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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범행 동기…화투가 화근이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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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사이다 사건 [프리랜서 공정식]

"사건 전날 피의자 박모(83) 할머니는 피해자 중 한 명과 화투놀이를 하다 크게 다퉜다. 박 할머니가 속임수를 썼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박 할머니는 사이다에 살충제를 타서 이웃 할머니 6명에게 마시게 해 2명이 숨졌다."

경북 상주시 살충제 사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날 박 할머니를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사건 전날 민모(84) 할머니 등과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 민 할머니는 "속임수를 쓴다"며 화투 패를 집어던지고 나왔다. 검찰은 살충제에 중독돼 정신을 잃었다가 회복한 민 할머니로부터 이런 진술을 얻었다. 마을 주민도 "전날 다툰 일 때문에 사건 당일 오전까지 민 할머니가 매우 화가 나 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사건 당일 피의자 박 할머니는 민 할머니 집에 들러 마을회관에 가는 지를 확인했다. 검찰은 "전혀 들른 적이 없던 민할머니 집에 간 것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범행 대상이 마을회관에 가려는 지를 미리 알아보려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또 범행에 쓰인 것과 같은 살충제(메소밀) 병이 박 할머니 집에서 나왔고, 살충제 성분이 든 박카스 병 역시 집에서 발견된 점 등을 증거로 들었다. 할머니들이 마시고 쓰러진 1.5L 사이다는 원래 뚜껑 대신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박 할머니의 옷과 지팡이 등 21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 역시 증거로 삼았다. 박 할머니 측은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다가 묻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거품에는 살충제 성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여기에 정황 증거를 곁들였다. 일부 피해 할머니는 틀니가 빠지고 자신의 토사물에 얼굴을 묻은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데도 곁에서 1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신고를 하지 않은 점, 사건 현장에 온 구급대원에게 "사이다가 원인"이라고 명확히 짚어 말한 점 등이다. 검찰은 "전날 화투로 인한 심한 싸움 때문에 분노 조절이 어려운 피고인이 비이성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할머니 측은 "살충제 병에서 지문이 나온다든가 하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인 윤주민 변호사는 "살충제 구입처를 밝히지 못했다"고도 했다. 박 할머니 측은 그간 집에서 나온 살충제 병에 대해 "누군가 갖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윤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을 검토 중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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