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울산시 동구 동부동 김진홍(80)씨의 집 마당에는 국경일이 아님에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김씨는 마을에서 ‘태극기 할아버지’로 불린다. 20세였던 1955년부터 60년간 매일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그는 “그동안 태극기를 몇 개나 모았는지 셀 수도 없다”며 “현재 갖고 있는 게 수백 장이고 낡아서 버리거나 태운 태극기도 수백 장”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할아버지 김성국씨와 큰아버지 김영진씨는 1919년 5월 울산 남목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로 보낸 항일운동가였다. 1955년 4월 김씨가 울산시 중구 복산초등학교 초임교사로 발령받은 날 김씨의 할아버지는 대문 앞에 태극기를 내걸며 “다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자강불식(自强不息)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제자들을 길러내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씨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해 왔다. 또 1999년 동부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44년간 학생들에게 태극기와 나라사 랑을 가르쳐왔다.
김씨는 퇴임 후에도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태극기 게양을 멈추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태극기와 국기함·게양대 등을 나눠주며 애국심 고취에 앞장섰다. 김씨는 “내가 단 태극기를 보며 누군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울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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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씨가 60년 전 할아버지가 대문 앞에 달았던 태극기를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유명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