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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센터’ 이종현, NBA 꿈 포기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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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종현은 지난 여름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어느 팀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진천=오종택 기자]

서장훈(41·2m7㎝·은퇴)과 김주성(36·2m5㎝·동부)을 합쳐놓은 듯한 선수. 고려대 3학년 센터 이종현(21·2m6cm)이 수년 전부터 들었던 수식어다. 그는 빅맨인데도 속공에 적극 가담할 정도로 스피드가 좋고, 미들슛 능력도 갖췄다. 전문가들은 이종현을 두고 “괴물 센터가 등장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종현은 지난 6월 미국 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NBA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각 팀의 초청을 받아 뛰는 여름리그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블록슛 평균 1위(2.6개)에 올랐지만 미국·유럽 유망주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종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미국 무대에 재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다음달 중국 후난성에서 열릴 아시아농구선수권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종현은 “지난 3개월 동안 내 농구를 많이 되돌아봤다. 뜻깊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 농구를 처음 접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미국농구아카데미(USBA)에서 두 차례 연수를 받았다. 섀킬 오닐, 야오밍 등 최고 센터 출신들이 훈련을 받았던 곳에서 하루 4시간씩 땀을 흘렸다. 이종현은 “슈팅 뿐 아니라 드리블과 스텝 등 잔기술을 많이 배웠다. 골밑에서만 뛰다가 외곽 플레이를 경험한 기회였다. 기술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고 했다.

 그는 더 독해졌다. 드리블·스텝 등의 기술 향상을 위해 요즘 이종현은 야간훈련을 자청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는 내 키로 센터를 맡을 수 없다. 미국 연수에서 연습 경기 때 가드도 봤다. 고교 졸업 후 키가 더 안 자라서 솔직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현은 미국 현지 관계자로부터 “슛 감각이 좋다” “몸놀림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체력이 미국의 빅맨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그는 지난 5월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곧바로 미국에 갔다. 체력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입대 전 108㎏였던 몸무게가 103㎏으로 줄었다. 이종현은 “매년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몸무게가 빠진다. 이번에도 체중이 줄어 힘이 달렸다. 체력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종현의 적수는 없었다. 고교 3학년이었던 2012년 한 경기 최다인 42리바운드를 잡아냈고, 고려대의 대학농구리그 2연패를 이끌기도 했다. 대학 4학년이 되는 내년 하반기 그는 국내 프로무대에 진출할 예정이다.

 프로팀 입단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대표팀 활약은 이종현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NBA를 경험한 하승진(30·2m21㎝·KCC)이 대표팀 주축이다. 하승진은 200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6순위로 포틀랜드에 지명돼 두 시즌을 뛰었다. 이종현은 “승진이 형과 이번에 처음 만났다.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NBA는 나보다 잘하는 선배들도 가기 어려운 무대다. 아시아인이면 더 불리하다”면서 “그래서 더 욕심이 간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부딪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진천=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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