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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영등포, 한화의 서울역사 … 운명의 201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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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980년대 말 건설된 영등포역과 옛 서울역, 동인천역 민자역사가 2년 뒤 운명의 갈림길에 놓인다. 2017년 말로 국가에서 받은 30년의 사업허가(점용허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셋 중 규모가 가장 큰 영등포민자역사는 롯데쇼핑 등이 대주주로 있는 롯데역사㈜가 관리를 하고 있다. 철도 부지 위에 지하 5층, 지상 10층, 연면적 14만5000㎡ 규모로 건설된 이 건물엔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롯데씨네마 등이 입점해 있다. 한화역사㈜가 관리하는 옛 서울역사는 새로운 KTX 역사가 완공됨에 따라 현재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들어서 있다.

 민자역사는 운영사업자에게도 적지 않은 수익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등포민자역사와 대구민자역사를 관리하는 롯데역사는 지난해 6516억원의 매출에 6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옛 서울역사와 KTX역사 등을 운영하는 한화역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619억원, 영업이익은 207억원이었다. 두 역사와 달리 동인천민자역사는 입점했던 백화점이 폐업을 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만료 시점이 2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행법에는 철도시설물 사용 계약이 끝난 이후에 대한 조항이 명쾌하지 않다. 철도사업법 제46조엔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면 철도 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상 회복을 하지 않을 때에는 국가에 무상으로 귀속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법 조항으로만 보면 사업 기간이 만료됐을 때 해당 시설물을 철거하거나 국가가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이 이렇게 해석되면 30년 가까이 민자역사를 운영해온 업체는 한순간에 건물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운영회사는 당연히 계약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거도 있다. 철도사업법 시행령 13조에 ‘허가를 받은 철도시설의 점용허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한 운영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는데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연장 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한 시행령보다 원상 회복과 무상 귀속을 규정한 법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통해 민자역사의 계약 연장과 국가 귀속 기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조무영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원상회복 아니면 국가 귀속이 되는 것이 원칙인데 시행령엔 계약 조항도 있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민자역사 처리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일가에 대한 배당 논란=최근엔 영등포민자역사를 운영하는 롯데역사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최근 6년간(2010~2015년) 각각 366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코레일이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역사는 롯데쇼핑 등 계열사가 50.87%,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8.7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1.67%는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이 갖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대규모 배당이 실시된 배경에 대해 “롯데역사가 운영에서 얻은 이익 7000억원을 잉여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2012~2013년 대규모 배당을 하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희국 의원은 “민자역사는 그동안 주주 구성과 수익배분 관리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며 “사용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관련 법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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