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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강남 월세가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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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인근의 중개업소. 전셋집을 구하러 온 주부 이모(40·서울 상도동)씨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찾는 전셋집은 거의 없고 월세 매물만 있어서다. 세입자를 구하는 전용 84㎡형 12가구 가운데 전세는 한 가구에 불과했다. 월세는 보증금에 따라 100만~400만원이었다.

 이씨는 “중개업소 3~4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전셋집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전셋값이 워낙 비싸서 비용부담이 크더라도 월세계약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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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경 반포래미안공인 사장은 “집주인이 재계약이 돌아온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물건이 귀하다”며 “전셋집을 구하려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택 임대차시장에 월세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계약이 줄고 월세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를 이끌어온 서울 강남권이 월세시대도 주도하고 있다. 강남권에선 임대로 나온 두 집 중 하나가 월세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4.8%를 기록했다. 2년 전인 2013년에 비해 8.8%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2013년 23%에서 올해 33.2%로 상승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의 월세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7월까지 강남권에서 계약된 월세가 전체 임대차의 36.7%다. 2013년보다 13.4%포인트 높아졌다.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많은 단지도 쉽게 눈에 띈다. 반포동 반포자이에서 올 들어 7월까지 거래된 월세가 104건인데 전세는 92건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올 상반기 월세 거래건수는 110건이다. 같은 기간 전세는 108건 계약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세와 월세 거래량은 각각 258건, 257건이다.

 강남구 청담동 금잔디공인의 김영철 사장은 “새로 세입자를 구하는 집은 물론이고 2년 전세계약이 끝나는 집 주인이 대부분 월세 세입자를 찾는다”고 전했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저금리가 전세의 월세화를 재촉하고 있다. 집 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로 돌리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하지만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5~6% 선이다.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월세가 연간 500만~600만원, 월 42만~50만원이다.

 월세를 원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보증금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7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8000만원 올랐다.

 또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 다니는 동안만 강남권에 거주하려는 학부모도 월세를 찾는다. 서울 방배동 로제공인 신애자 사장은 “강남권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학부모가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는 재건축 이주가 강남권 전세의 씨를 말리고 있다. 재건축 공사를 위해 허물어진 아파트에서 나온 주민이 공사 동안 임대로 머물 집을 찾으면서 임대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임대 수요가 넘치면서 이주민은 집 주인의 월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 강동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재건축 이주 수요는 강남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말까지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가 송파구 1890가구, 서초구 1290가구, 강남구 898가구 등으로 4000가구를 넘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월세화가 더욱 빠르게 진척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금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요즘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 멸실되는 주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희소가치가 높아져 전셋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비싼 월세 부담을 피해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 속에서 세입자들은 월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월세 세액공제 등 서민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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