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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다시 찾아 온 ‘베이징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역대 올림픽 사상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가 된다. 올림픽의 그랜드 슬램이다. 2008년의 하계올림픽(夏奧)에 이어 2022년에 동계올림픽(冬奧)의 개최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구미(歐美)의 선진국들이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치룬 경험은 있지만 한 도시가 두 행사를 모두 개최한 예는 없었다.
지난 7월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베이징“ 하면서 ‘베이징(BEIJING 2022)’이 표기된 카드를 보여 주자 베이징 올림픽 유치팀은 기뻐서 펄쩍 펄쩍 뛰었고 베이징은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4년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당시 자크 로그 IOC 위원장이 “평창” 하고 부를 때 한국인 모두가 잠시 숨이 막혔던 감동을 13억의 중국인이 느꼈을 것 같다. 이번의 투표 결과 베이징 (44표)은 라이벌 도시 알마티가(40표) 보다 근소한 표차로 승리하였기에 중국의 흥분은 더했다. 평창의 경우 라이벌이었던 독일의 뮌헨이 얻은 25표보다 2배반 이상인 63표를 얻은 압도적 승리와 비교된다.
더반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아니고 뮌헨이 선정되었다면 뮌헨은 독일이 통일된 후 처음 개최되는 올림픽이 됨과 함께 역사상 처음으로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가 될 뻔 했다. 뮌헨은 1972년 9월 하계올림픽이 개최되었으나 이스라엘 대표단에 대한 검은 구월단의 테러로 피로 얼룩진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뮌헨의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이었던 토마스 바흐는 2013년 9월 브라질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8년 임기(2013-2021)의 제9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바흐 위원장은 이번 쿠알라룸프르 총회에서 베이징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함으로써 뮌헨이 이루지 못한 꿈을 베이징이 이루게 해 준 셈이다.
베이징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류옌둥(劉延東 여) 국무원부총리를 단장으로 하고 농구 스타 야오밍(姚明) 등을 내세워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였다. 동계올림픽 로고도 동(冬)을 이용하여 2022을 숫자를 겨울과 연결하였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의 로고가 경(京)을 육상선수로 형상화한 것과 유사하다.
평창의 3수와 달리 단번에 유치한 베이징의 운이 좋았다. 당초 유럽의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의 스톡홀름 등이 개최신청을 하였고 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가 신청하였다. 더구나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눈의 나라로 전통적인 겨울 스포츠 강국이다.
대륙 안배를 중시하는 IOC로서는 2018년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어 동북아시아에서 연속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어려워 보였다. 더욱이 2020년 도쿄가 하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므로 동북아시아에서 2년 마다 동계-하계-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진기록이 발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유럽국가가 시민들의 미지근한 반응과 재정상의 이유로 유치를 포기한 것이다. 올림픽의 인기가 높지만 유치 후보도시의 납세자로서는 개최비용이 문제다. 3주간 잔치를 위해 수년간 갚아야 할 부담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미국의 보스턴이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은 두 도시는 베이징과 알마티이다. 알마티는 1997년 아스티나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기본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지리적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텐산(天山)산맥의 기슭에 위치한 눈(雪)의 고장이다. 선수들이 무한한 자연설로 경기를 할 수 있다. 4년 전에는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지로 시설의 70%가 이미 준비된 후보도시였다.
알마티는 모든 경기시설이 반경 30km 이내 위치하고 있으며 겨울 스포츠의 자연 환경을 제대로 갖춘 동계올림픽의 최적 개최지로 선전하였다. 알마티 홍보 문구도 베이징을 겨냥하여 “동계올림픽답게( Keeping It Real)"였다.
반면에 200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베이징은 동계올림픽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분산개최가 불가피하다. 도시 종목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트 및 스피드스케이트 등 빙상 종목은 베이징 시내에서, 스키 등 설상종목은 베이징에서 60 km 밖의 옌칭(延慶)과 160km나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장자커우는 산이 별로 없고 겨울에는 춥기만 하지만 건조해서 눈이 별로 오지 않는다. 인공눈으로 스키장을 채울 수밖에 없다.
베이징은 떠오르는 중국의 수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도시인데다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영상 메세지를 통해 정부의 확고한 지지를 보증하여 안정감을 주었다. 베이징 유치단은 베이징에서 장자커우까지 고속철도를 부설하여 선수들의 이동 거리를 50분 이내로 줄이겠다고 약속하였다. 물론 고속철 부설은 올림픽과는 별도로 국가 예산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유치단은 영리했다. 베이징은 바흐 위원장이 제창한 ‘올림픽 아젠다 2020(기존시설 활용으로 예산절감)’에 따라 개최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8년 하계 올림픽 때 인기를 끌었던 새 둥지 모양의 메인 스타디움( Bird Nest 鳥巢)에서 개폐회식을, 각수(角水)모양의 국가 수영센타(Water Cube 水立方)에서 빙상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하계올림픽 때 400억불을 투입 과다 투자로 비난을 받았던 시설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의 약재에 동충하초(冬蟲夏草)가 있다.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버섯으로 변한다. 겨울과 여름의 정수(精髓)가 하나의 약재에 들어 있으므로 명약이 된 것이다. 베이징 유치단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수도 베이징에 모두 담아 보자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동계아시안 게임을 열었던 눈의 고장 하얼빈이나 장춘이 아니고 눈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베이징을 선택하였다. 하계올림픽은 대도시에서, 동계올림픽은 덜 유명하지만 눈이 많은 작은 도시에서 개최하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다.
올림픽 유치에는 항상 인권(human rights)문제가 제기된다. 인권문제에 대해 서방세계의 점수는 짜다. 라이벌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경우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독립이후 25년 이상 장기집권의 독재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임기는 2020년이 되어야 끝나게 된다. IOC 위원들은 카자흐스탄의 인권 상황이 중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뉴욕 타임스의 시사만평에 시 주석의 얼굴을 한 스키어가 2022년 동계올림픽을 향해 활강(downhill)하고 있는데 인권 운동가(human rights activists)가 중국을 견제하고자 따라 내려가다가 나무에 부딪쳐 낭패하는 모습을 그려져 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베이징의 악명 높은 스모그 문제이다. ‘올림픽 블루’를 만들기 위하여 대기 오염을 줄이는 작업이 계속되어 왔고 올림픽 실사단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푸른 하늘을 만났다고 한다. 베이징은 계속해서 미세먼지 농도를 일정 수준이하로 낮출 것을 약속하였다. 인공설 제조에 의한 환경문제도 거론되었지만 베이징의 환경 개선 의지를 믿고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로 국위선양은 물론 최근 침체되고 있는 경기부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근 허베이성과 공동 개최함으로써 베이징-텐진-허베이성(京津冀)의 인구분산과 수도권 정비를 위한 인프라 투자의 명분을 얻게 된다. 겨울에 눈이 많은 인구 3억의 동북지방의 겨울스포츠 보급에도 촉매제 역할을 하여 관련 산업의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2022년은 중국공산당 창당(1921.7)의 100주년이 되고 샤오캉(小康 중산층)사회가 되는 의미 있는 해로, 시 주석의 임기 마지막이 되는 해 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자신의 임기 중에 동계올림픽을 유치 개최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시킨 지도자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인근 국 중국의 베이징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시차 부담 없이 경기할 수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희소식이지만 가장 기뻐한 곳은 강원도 평창이라고 한다. 평창이 기뻐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말한다. 1) 평창 올림픽에 많은 요우커(遊客 중국인관광객)의 입장이 기대된다.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높아진 요우커들이 춘제 연휴를 이용 평창으로 몰려들 것으로 본다. 2) 평창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들의 전지 훈련지로 적합하다. 3)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후 경기 시설을 중국 선수들이 기록 향상을 위한 훈련지로 활용 가능하다. 4)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설상(雪上) 경기장 상황이 나쁠 경우 ‘아젠다 2020’에 따라 종목 일부를 인근 국 분산 개최도 가능하므로, 평창은 이에 대해 기대를 할 수 있다. 5) 한중(韓中) 공동으로 꿈나무 청소년을 위한 ‘평창-베이징’을 잇는 동계종목의 공동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깨끗한 눈과 얼음에서 즐거운 만남을(Joyful Rendezvous Upon Pure Ice and Snow)"는 베이징의 유치 슬로건이다. 앞으로 7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중국은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2022년까지 ‘깨끗한 빙상과 설원 그리고 맑은 대기(大氣)까지’ 만들어 낼 것으로 세계인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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