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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중국 … 자동차·전자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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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동차 엔진 부품을 만드는 A사는 2009년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과 합작 방식으로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나머지는 중국에서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요즘 A사는 중국에서 철수할지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이 회사 사장은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고 중국 내 구매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진출하기 전 철저히 사전 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협력사로 중국에 진출한 B전자회사는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이 회사 정모 팀장은 “중국 현지 기업과 거래했더니 미수금 문제가 심각했다”며 “중국 대기업인데도 대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체감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 2분기(4~6월) 중국 진출 기업의 ‘현황 경기실사지수(BSI)’가 71로 1분기(77)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고 10일 밝혔다.

 현황 BSI는 기업이 현재 느끼는 경기 상황을 뜻한다. 경영 실적과 여건, 판매, 비용 같은 여러 면을 종합해 보여준다.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기를 나쁘게 보는 회사가 늘었다는 의미다.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이 조사를 한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내수 침체로 관련 기업의 경기가 좋지 않다”며 “최근 중국 증시 흐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지에 진출한 기업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실태조사를 한 건 올 1분기에 이어 두 번째다. 전기전자, 자동차, 금속기계, 화학, 섬유의류, 유통 등 분야의 226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은 업종은 자동차와 전기전자다. 자동차 부문의 현황 BSI는 1분기 91에서 2분기에는 1분기의 절반 수준을 밑도는 42로 추락했다. 전기전자 부문 현황 BSI도 이 기간 84에서 54로 급락했다. 금속기계, 화학, 섬유의류, 유통 등 다른 업종의 체감 경기는 소폭 나아졌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에 힘입어 중국에서 시장을 넓혀갔던 한국 자동차업체와 전자회사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갑을 닫아버린 중국인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자동차판매협회(CADA)는 중국 증시 폭락이 지속된다면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하는데 애로 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28.4%의 회사가 현지 수요 부진을 꼽았다. 그 뒤를 경쟁 심화(27.5%),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17.1%), 수출 부진(9%) 등이 이었다.

세종=조현숙·하남현 기자, 노유정 인턴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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