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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느끼한 꿀렁춤, 객석 뒤집어놓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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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송영길(왼쪽)과 이상훈은 짧은 브리지 형태의 코너 ‘니글니글’로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로의 매력이 꽃미남 스타를 능가하고도 남는다며 칭찬하고 자랑하는 것이 묘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남자들, 차림부터 가관이다. 넉넉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민소매에 눈에는 아이라인까지 짙다. 입만 열면 서로의 이런 몸매 자랑, 매력 칭찬에 바쁘다. 웬만한 꽃미남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실제 마주치면 여자들이 대체로 질색할 캐릭터지만,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KBS2) 객석에선 이들에게 비명 섞인 환호가 쏟아진다. ‘개콘’의 인기 코너로 부상한 ‘니글니글’의 송영길(31)·이상훈(33)이다. 특히 두 사람이 음악(제이슨 데룰로의 ‘위글’)에 맞춰 몸까지 흔들면 어김없이 다시 비명이 터진다. 무대 밖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선배’ ‘형’으로 불렀다. 나이는 이상훈이 두 살 위, KBS개그맨 공채 합격은 송영길이 한 해 먼저다.

 - 어떻게 구상한 코너인가요.

 상훈=영길 선배가 복싱 배우러 갔다가 거기서 흘러나온 ‘위글’에 꽂혔대요. 뭔가 느끼한 걸 하기 제격이다 싶었던 거죠. 지난해 나온 곡인데 유행에 뒤쳐져 이제 알았죠.

 영길=이 음악에 맞춰 꿀렁꿀렁 춤을 추는 외국 동영상도 이미 많더라고요. 마침 상훈이 형은 여성들에게 반응이 오는 코너들을 해왔으니 함께할 ‘대세’다 싶었죠.

무대 의상의 빨강·흰색은 정열과 순수, 금색·은색은 ‘보석 같은 존재’를 뜻한단다. [사진 KBS]

 -‘니글니글’도 여성들 반응이 좋은데.

 상훈=비호감 요소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데다, 혹 너무 잘난 척 한다고들 여기면 어쩌나 했죠. 근데 말도 안 되는 저희 둘이 하니까 바로 개그로 받아들여졌어요. 못 봐주겠단 분들도 있는데 호불호 중에 호가 더 많은 듯해요. 저희가 본래 여자들한테 어필하는 편은 아니죠.

 영길=(의외라는 듯) 어, 나도? 뭐야, 난 인기 많아. 여성 반응이 좋아 저희도 항상 여성 시청자 마음을 저격하려고 노력합니다.

 상훈=저희가 사실 반전매력이 있어요. 처음 보면 인상이 센 편이죠.

 영길=인상이 안 좋아서 예전에도 아르바이트 같이 하던 누나들이 저한테 말을 잘 못 놨어요. 그러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웃기만 해도 무장해제가 되더라고요.

 - 인기비결이 뭘까요. 무대에 서면 바로 비명이 나오던데.

 영길=(당연하다는 듯) 가질 수 없으니까 소리 지르는 거 아니겠어요.

 상훈=못난이 둘이 나와 잘난 척 하니까 귀엽게 봐주는 거겠죠.

 영길=아니야. 언제까지 원빈·소지섭·김수현을 좋아해야 합니까. 송영길·이상훈을 좋아하는 매니아 층도 나와야 합니다!

 두 사람은 개그맨 공채에 앞서 2009년 ‘개그스타’(KBS2)의 신인발굴코너에서 함께 겨룬 인연도 있다. 이상훈은 혼자 팀을 이뤄 당당히 방송출연권을 따냈고, 송영길은 신종령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해 서로 기억에 남았다. 개그는 이들의 오랜 꿈이다.

 상훈=초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이 ‘코미디언’이었어요.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개그맨 시험 준비해 2년 만에 합격했죠. ‘개콘’에서 코미디40주년특집(2013)을 할 때, 제가 심형래 선배 뒤에 서는 말 역할을 맡았는데 정말 떨렸어요. TV에서 보고 자란 선배들과 한무대에 선다는 게 진짜 영광이었죠.

 영길=여행사, 아파트 전기실 등등 여러 직장을 다녔어요. 청춘을 이렇게 썩혀도 좋을까 싶었는데 어머니가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하셨어요. 더 나이 드시면 지원해 줄 수 없을 거라고. 면접시험 때 프로레슬러 이왕표 흉내를 준비했는데, 어머니가 찢어지기 쉬운 바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날 새벽까지 바느질을 해서.

 - 그렇게 개그맨이 된 지금 꿈이나 목표라면.

 영길=웃기는 거요. 내가 준비한 것에 사람들이 웃었을 때의 희열이 분명 있어요.

 상훈=비공개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편집을 통해 낼 수 있는 극적 효과가 많거든요. ‘쇼 비디오 자키’ ‘유머 1번지’처럼 드라마적인 코미디를 해보고 싶죠.

 인터뷰 말미에 송영길이 “‘게이 코너’라는 오해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니글니글’의 코드는 동성애가 아니라 자뻑, 자아도취랍니다.”(상훈)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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