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41개월째 공장 출고가 뒷걸음질 … 한국에 전염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중국이 스텔스 디플레이션(Stealth Deflation)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출고가(생산자 물가)가가 올 7월에 5.4%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서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4.8% 하락이었다. 예상보다 상당히 나쁘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2009년 10월 이후 5년9개월 새 가장 심한 물가 하락률”이라고 밝혔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산자물가(PP)는 중국 기업들의 순이익과 밀접하다. 이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생산자 물가 하락은 과잉 생산과 수요 감소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과잉·중복 투자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다. 실제 중국 생산자 물가 하락은 한 두 달 현상이 아니다.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2월부터 41개월째 공장 출고가 떨어지고 있다. 장장 41개월째 디플레이션이다.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보다 대중의 눈에 덜 띄어 스텔스 디플레이션이라 불리곤 한다.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 7월 소비자 물가는 1.6%(전년동기 대비)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째 1%대 상승이다. 중국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는 3.5%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최근 공급 불안으로 돼지고기 값이 뛰어 그나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6%를 기록할 수 있었다.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겐 골칫거리다. 공장 출고가 하락은 최대 성장엔진인 수출이 시원찮은 탓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7월 무역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8.8% 감소했다. 8일 중국 관세 당국인 혜관총서가 발표한 내용이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8.9%와 8.6% 줄었다. 무역 흑자 규모는 2630억 위안으로 10% 줄었다.

 중국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의 리우쉐즈(劉學智) 연구원은 이날 블룸버그와 통화에서 “중국 당국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수출이 늘어 다시 경제 성장을 이끌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진핑이 내수를 차기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 수출을 대체할 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수출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과 무관하다. 그 바람에 시진핑이 최근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고 있지만 실물 경제가 눈에 띄게 되살아는 것 같지 않다. 공장 출고가 하락폭도 최근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은 국경을 넘어 전염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하락이 미국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디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등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을 우려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 불안은 한국 수출 기업에도 불길한 소식이다. 중국 시장은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4%를 차지했다. 미국(12.3%)보다 훨씬 크다. 공장 출고가 하락으로 중국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생산을 줄이는 바람에 한국산 중간재 등의 수입이 타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0.4% 감소했다. 올 들어서는 7월 20일까지 2.4% 줄었다. 중국 수출은 2013년엔 8.6% 증가했다.

 올해 품목별 증가율을 보면 반도체가 17.8% 늘었다. 선박류와 컴퓨터가 각각 89.8%, 20.8% 증가했다. 그 밖에 대부분 품목의 대중국 수출은 감소세다. 자동차는 44.0% 줄었고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도 11.9% 떨어졌다. 이봉걸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한국 제품이 이전처럼 우월한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규·이승호 기자 dism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