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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방북단이 전해온 평양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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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곳곳에 주상복합건물과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고 5~8일 이희호 여사와 함께 방북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이 9일 전했다. 1층엔 종합상점(편의점)ㆍ사진관이 성업 중이고, 위 층은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주상복합식 건물이 늘었고, 고층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김정일 위원장 조문차 방북했던) 2011년에 비해 고층 건물이 많아지고 일반 주민들이 가는 식당에도 외식을 위해 줄을 선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며 “평양 주민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박 실장이 이런 소감을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관계자에게 전하자, 이 관계자는 “기업과 공장ㆍ농장 등에서 생산 목표량을 달성한다는 전제로 (생산량을)주민과 6대4 혹은 7대3으로 나누는 자율성을 부여했더니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박 실장이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발전을 꾀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 중국은 민간기업에게 넘겼지만 우린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도 발전시키는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발전이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방북 경험이 풍부한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도 ‘택시를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특정인의 느낌이 아니라 방북단 19명의 공통된 소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의 전속 사진작가 홍성규 씨도 지난 2000년과 2004년의 평양 방문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예전엔 북측 안내원이 지정하는 장소에서만 사진ㆍ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동하는 차량 내부에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감시가 없었다고 한다. 홍 작가가 이동 중 찍은 사진엔 ‘평양 80-224’ 번호판을 단 초록색 택시를 잡아 타는 여성과, 일반 주민 대상의 냉면전문점인 ‘평남면옥’의 3층이 꽉 들어차 입구 밖에까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내 나라 제일 좋아’라고 적힌 빨간색 2층 버스를 기다리는 7부바지 차림의 세련된 여성의 모습도 홍 작가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는 ”(방북 이틀째) 묘향산으로 이동하면서는 가족 단위로 야외에서 고기를 굽거나, 빙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했다”며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고, 사람들의 분위기로 보아 연출된 장면같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평양의 어떤 여성들은 서울과 차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세련되게 꾸미고 다녔다”며 “옷차림은 화려해지고 표정들도 밝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 촬영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 북측은 “우리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답했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이번 방북단을 수행한 북측 관계자들 모두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했으며, 평양 시내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민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홍성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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