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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기자의 현장에서] 이인제의 ‘굿모닝’인사, 노동시장에도 번졌으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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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대학생 인턴기자

기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굿모닝’은 꽤나 유명하다. 아침마다 당 회의를 취재할 때 이따금씩 만난 이 의원은 늘 특유의 톤으로 “굿모닝”을 외치며 양손을 흔든다. 무거운 회의장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만들어주는 이 의원식 아침인사다.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이 최고위원은 서울 구로구 (주)비상교육 본사를 방문했다.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다. 이날도 어김없이 이 위원장의 굿모닝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개인줄 알았던 간담회가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됐다. "직원들 입장에서 (뉴스 영상이나 사진으로) 노출되면 지인들이 '너 계약직이었잖아'라고 생각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었다.

결국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은 물론 펜기자들까지 모두 퇴장한 채 간담회가 시작됐다. 굳게 닫힌 회의장 문 앞에서 간담회 결과를 취재하려고 기다리다보니 다소 씁쓸했다. 신상이 노출되면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떳떳해질 수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현실이 이 문을 닫히게 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다.

간담회는 예정보다 30분 길어져 낮 12시쯤 끝났다. 이번엔 여의도의 한 중식당으로 향하는 이 위원장을 뒤따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만 위원장과 이 위원장의 오찬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오후 12시 30분, 오찬장 문 역시 굳게 닫힌 채 만남이 진행됐다. 2시간 후, 문이 열리고 김 위원장이 먼저 나왔다. "노사정위에 복귀한다"는 말이 나올까 귀를 쫑긋해 보았지만 그런 말은 들을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

몇 분 뒤, 이 위원장이 오찬장에서 나왔다. 그는 “김 위원장과 전화 자주해, 계속 만나고 듣고 하면 답이 나오겠지”라고만 했다.

당 노동특위 출범 후 두 사람의 첫 공식 만남이라서인지 큰 진전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12일 국회에서 청년 구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13일엔 경영계와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당적을 10여 차례 바꿔가며 정치생명을 끈질기게 이어왔다고 해서 ‘피닉제’(피닉스+이인제)라는 별명이 붙은 이 위원장. 노동개혁의 당사자들과 계속 만나고 이야기를 듣겠다는 이 위원장의 끈질김이 노동개혁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아침마다 퍼지는 이 위원장의 굿모닝 인사가 모든 대한민국 근로자의 입에서도 스스럼없이 나오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송영훈 대학생(고려대 한국사학과) 인턴기자 yhsong77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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