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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경원선 복원, 통일로 나아가는 출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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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원선 기공식 가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북한은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신탄리역을 출발해 행사장으로 가는 열차에서 실향민 오문희 할머니(88·오른쪽)와 이야기하고 있다. 오 할머니는 10대 때 함경남도 안변에서 서울까지 경원선 열차를 타고 다녔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신성호 홍보특보, 현기환 정무수석. 오른쪽 둘째는 근남초교 이정민군(11).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문희(88) 할머니는 10대 소녀 시절 함경남도 안변에서 서울까지 경원선 열차를 타고 다녔다. 오 할머니의 기차 여행은 분단 이후 경원선 철길이 끊어지면서 중단됐다. 5일 경원선 남측 구간(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역~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을 달리는 열차에 오른 오 할머니는 “학창 시절 기차를 타면 역한 냄새 때문에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먹은 후 다 토하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언제라도 (경원선이) 개통이 되면 원산으로 해서 다 가겠지만 내가 나이가 많아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북 분단으로 끊어진 경원선 철길의 복원 작업이 70년 만에 시작됐다. 우선 남측 구간을 잇고 북측 구간은 남북 합의를 거친 후 복원하기로 했다. 경원선이 복원되면 2003년 경의선, 2006년 동해선에 이어 남북을 연결하는 3개의 철길이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남북은 하루속히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끊어진 대동맥을 잇는 평화통일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연천 신탄리역에서 오 할머니 등과 함께 기차를 타고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분단 이전 서울과 원산을 잇는 223.7㎞의 경원선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였다”며 “하지만 끊어진 경원선은 북한의 가족을 그리는 눈물과 기다림의 탄식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해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 복원 기공식’에서 철도 연결목을 잇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민 안중근 의사 후손, 정종욱 광복70년기념사업위원회 공동위원장, 한민구 국방부·유일호 국토교통부·홍용표 통일부 장관, 박 대통령, 오문희 실향민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1914년 8월 개통된 경원선은 서울 용산역~원산역을 운행했다. 1945년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고 6·25전쟁으로 남북 접경 구간의 철도가 파괴됐다. 이번 경원선 복원공사는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1단계로 백마고지역~월정리역(9.3㎞) 구간이 복원되고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월정리역~군사분계선(2.4㎞) 구간과 북한 측 구간(14.8㎞)은 남북 합의 후 복원이 추진된다. 총 사업비 1508억원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분단 70년을 맞아 통일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경원선 복원을 추진해왔다. 경원선이 북측 구간까지 완전히 복원될 경우 한반도종단철도(TKR)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연구위원은 “경원선은 수도권과 러시아를 잇는 대륙철도의 최단 노선으로 앞으로 물류 수송 등에서 잠재력이 큰 노선”이라며 “북한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북측이 추진하는 관광특구와의 연계 개발, 경원선 주변 문화재 발굴 등을 함께 묶어 패키지딜 방식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호·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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