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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일파만파… 대홍기획은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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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롯데그룹 최상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계열사 경영 현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형제(신동빈 회장-신동주 전 부회장)와 부자(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간 볼썽 사나운 다툼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반(反)롯데 감정’이 높아진데다 일본기업 논란,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겹치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기업공개(IPO), 면세점 등 추진 사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4일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재벌이 개인적 치부에만 치중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에 관심이 없다”면서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 전 계열사 등에 대한 불매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일선 직원들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롯데그룹 직원용 엘리베이터에서는 “메르스 이후 오랜만에 면세점이 중국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왕자의 난이 터져 걱정이다”, “중국인은 우리 못지 않게 일본과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데 어쩌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어로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겠다”란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롯데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롯데정보통신 기업공개가 사실상 중단됐다. 시장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예비심사 청구 등 준비를 마쳤지만 그룹의 ‘OK’사인이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경영권 분쟁 결과가 롯데리아,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등 다른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이 이번 일로 관세청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4일 롯데케미칼(3.33%), 롯데하이마트(3.04%) 등 계열사 일부는 반등했지만 롯데푸드(-4.29%), 롯데관광개발(-5%), 롯데손해보험(-0.97%)은 하락세로 마감했다. 롯데그룹 주요 7개 계열사 시가총액은 25조6006억원(7월31일)에서 24조1904억원(8월4일)으로 이틀만(영업일)에 1조4102억원이 증발했다.

나라밖 사정도 좋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신동빈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진흙탕 싸움으로 빗대며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리아,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 구단 등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친숙한 일본 내 롯데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것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3일 신격호 롯데 창업자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난하는 아버지의 육성 영상을 방송국에 제공했다고 소개하고 “이를 본 (한국) 국민은 한국 유수의 기업 그룹이 창업자 일가에 의해 완전히 사유화한 것으로 보고 있어 국민 사이에 혐오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 신문은 4일자에서 롯데 사태가 “가족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진흙탕 싸움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 “한국에선 지금까지 현대를 비롯한 재벌기업에서 집안 소동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양국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롯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창업가 일족의 소동이 혼미해지고 있다”며 “향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 동의를 내는 반격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롯데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3일 한국 증시에서) 일제히 하락했다”고 소개한 뒤 “브랜드의 (이미지) 저하가 심각하다”는 한국 롯데 간부의 발언을 실었다. 아사히 신문도 “일본과 한국에 걸친 롯데의 ‘집안 소동’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아 기자,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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