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여물에 말아주면 좋댜"…경찰 양귀비 키운 주민 57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2015.08.04 13:47

“더위에 소 힘내라고 여물에 말아주려고 했지.”

“쌈 싸 먹으면 쌉쌀한 게 맛이 좋아유.”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기 위해 양귀비를 소규모로 재배한 농촌지역 주민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양귀비ㆍ대마 집중 단속을 벌여 집에서 양귀비를 기른 주민 5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주로 농촌지역 마당·텃밭·비닐하우스 등에 관상용 또는 약재로 재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단속 당시 화분에 빨갛게 꽃이 핀 양귀비도 발견됐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적발된 주민 대부분이 60~70대인 고령으로 민간요법으로 양귀비를 쓰기 위해 심었다. 지난 6월 적발된 정모(66ㆍ증평군 증평읍)씨는 소 여물에 양귀비 열매와 잎을 섞어 먹이려고 자신의 마늘 밭에 양귀비 1000여 주를 심었다. 소 4마리를 키우고 있던 정씨는 “양귀비가 소 기력을 회복하는데 좋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심었다”고 털어놨다.

주민 천모(75)씨는 텃밭에 상추 등 쌈채류와 함께 양귀비 50주를 심었다. 천씨는 “여름에 상추와 양귀비 잎을 싸서 먹으면 더위를 안 탄다”며 “잎을 따서 먹었기 때문에 잘못은 없지 않냐”고 경찰에 따졌다고 한다. 한 주민은 “쑥갓인 줄 알고 심었는데 나중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양귀비인 걸 알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적발된 주민 대부분이 잘못된 의학 상식을 가진 상태에서 양귀비를 길렀다”며 “독성이 강한 양귀비를 다량 복용하면 마약 중독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압수한 양귀비 6523주를 뽑아 폐기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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