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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 소설가 박민규 3시간 심경토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

표절 기준은 고의성 여부를 가리는 게 중요… 어느 선까지 써도 되는지 ‘가이드라인’ 있어야

사진·중앙포토

소설가 박민규 씨의 데뷔작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단편 <낮잠>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 씨가 “구성 상 유사해 표절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하자 박씨는 “제대로 가려보자”고 맞섰다.

“답 답하다.” 소설가 박민규 씨가 7월 1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데뷔 12년 만에 이런 질문을 처음 받는다”며 “긴 얘기가 될 거 같다. 적극 취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글 ‘거꾸로 읽는 한국야구사’(이하 ‘거꾸로’)에서 모티브를 얻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쓰게 됐나요?

“아뇨, 소설을 쓰기 전 삼미슈퍼스타즈에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을 때 지인이 보내줘서 읽었어요.”

삼미슈퍼스타즈(이하 ‘삼미’)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뭔가요?

“직장 생활하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IMF(외환위기) 지나갈 무렵 부산공원에 실직자들 앉아 있고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같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실직하고 패배한 사람들을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거죠. ‘지면 어때?’라는 것을 주제로 고민하다가 문득 ‘삼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특히 선수 이름 소개하는 부분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어요.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 ‘인명사전’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저는 이 글을 일종의 80년대 참새시리즈 같은 유머 있잖아요, 그런 걸로 인식했어요. 거기에 당연히 삼미 선수들 이름도 여러 명 들어 있고 그랬죠.”

“소설 쓰기 전 자료수집 과정에서 봤던 글일 뿐”

그걸 비슷하게 한번 써보셨다는 건가요?

“그냥 썼죠. 저작권이 있는 글이라고 전혀 인식을 못했어요.”

인터넷 글 ‘거꾸로’에서 영감을 받아 <삼미>를 쓴 건 아니나요?

“어떤 글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나서 자료를 찾는 거죠. ‘어떤 글을 쓸까’라는 생각도 없이 우연히 어떤 자료를 보고 ‘아, 이거 가지고 소설 써야지’ 하고는 사표까지 내요? 그럴 수 없잖아요.”

박씨는 자신이 데뷔작을 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취재했음을 소상히 설명했다. “분명히 그 글을 보긴 봤어요. 하지만 자료 수집 과정에서 알게 된 거에 불과해요. 처음에는 야구 자료를 얻기 위해 KBO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신문사에 가서 장당 얼마를 주고 신문 3년 치를 복사했어요. 이후 그 인터넷 글을 보게 됐고요. 실제로 인천에서 성장하고 삼미를 응원했던 사람 3~4명을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아서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런데 ‘삼미’에 얽힌 일이라든지 추억들은 거의 비슷해요.”

단편 <낮잠>을 쓸 때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에서 플롯을 가져오진 않았나요?

“딱히 할 말이 없어요. 모르겠어요.”

이 만화를 본 적은 있나요?

“<낮잠>에 대해서 이런 논란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고요. 당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대소변 받아가며 모시다가 요양원에 끝내 보내드렸죠. 그 후 마음이 아파서 어머니께 써드린 글이 <낮잠>이에요. 이런 논란, 정말 가슴 아파요.”

두 작품이 흡사한 부분이 적지 않아요.

“영화, 대중음악의 경우 한탕 하면 ‘대박’을 칠 수 있는 곳이 잖아요. 그래서 체면이며 명예가 뭐고 간에 그럴(표절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런데 문학은요, 그렇게 해서 작가한테 오는 게 없어요. <낮잠>의 경우 단편인데 잘 써서 대박 날 게 없어요. 그때 원고료, 제 기억에 80만원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제 실명 걸고 그 돈 가져보려고 이런 거(표절) 하겠나요?”

신경숙 씨는 이미 유명한 상태에서 너무 위험한 실수를 했잖아요

“지금 한 게 아니잖아요. 아마 19년 전인가 그분이 신인이었을 때에요. 실제로 작가가 된다고 해서 표절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깐 본인도 그걸 인지를 못했을 확률이 되게 높아요. 어쨌거나 신경숙 씨가 (표절)했어요. 한 건 맞는데 본질은 그거죠. 그때 아무도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그러다가 정문순 평론가가 문제 제기를 했는데 문단이 파워나 그런 걸로 누르니까…, 그게 더 문제가 됐던 거 아닌가요?”

“저작권 있는 텍스트는 어느 선까지인지 저도 궁금”

문학계 내부에서 표절을 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단 말이네요?

“옛날에 자동차를 막 이제 끌기 시작할 무렵에 보험 가입 의무가 안 되어 있을 때도 있었어요. 진짜 가벼운 추돌만 나도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게 거기서 나온 말이잖아요. 규정이 없다 보니 그랬던 거에요.

저작물도 마찬가지에요.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가 어느 선까지인지 저도 진짜 알고 싶어요. 어느 선까지 그냥 써도 되는 건지 그런 가이드라인이 지금까지도 없어요. 그래서 힘들다는 거죠.”

<황혼유성군>의 저자가 직접 표절 의혹을 제기 한다면요?

“서로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겠죠. 우연인지 고의인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차라리 그렇게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장이 있어야 된다고 봐요.”

현재 기분은 어떤가요?

“공식적으로 이런 표절 관련 질문을 받은 게 데뷔 12년 만에 처음이에요. 대체 어떤 실수를 한 건지 해결을 봤으면 좋겠어요. 작가는 개인이라서 일방적인 주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인터넷에 여론이라는 게 형성되면 그냥 그걸로 낙인이 돼버리는 거죠.

어떤 게 저작물이고 저작권인지 그런 것도 사실 불분명한 상황이잖아요. 데뷔작 때 수집한 자료들이 있었다던 게시판이라든지 그런 사이트들마저도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없어지고 해서 출처조차 확인이 불분명해요. 그런데도 낙인이 찍히고 표절 작가가 되고.”

한마디로 지금 억울하다는 말씀이시죠?

“억울한 것보다는 진짜로 가렸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 마치 교통사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글=김포그니 월간중앙 기자
정리=김종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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