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30년 다큐 PD의 무한상상 인문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ET가 인간을 보면?
이채훈 지음, 더난출판
360쪽, 1만5000원

30년간 교양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채훈 PD가 쓴 인문서다. 평소 인문학에 관심 있지만 어렵게 느껴져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안내서다. 저자는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여러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이 책은 크게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 ‘역사의 발달과 인간’ ‘천문학의 영향을 받은 인간’ ‘심리학적인 인간’ ‘철학적인 인간’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저자는 고전적인 인문서처럼 인간에 대한 지식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접근법으로 인문학적인 지식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종차별주의’는 조류독감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은 소설을 통해, 함무라비 법전은 한국 현대사를 통해, 빅뱅이론은 우주에 대한 상상을 통해, 니체의 철학은 시(時)를 통해 풀어나가는 식이다. 최근 있었던 정치·경제·사회 뉴스나 일상의 에피소드도 인문학적인 지식을 구성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이처럼 틀에 박히지 않은 사유를 통해 저자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종횡무진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저자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유가 보다 풍부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