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근육무력증에 걸린 엄마를 낫게 하고 싶어 12살 어린 나이에 중국판 동의보감인『본초강목』을 혼자서 독파한 소년이 있다.
구이저우(貴州) 푸취안시(福泉市)에 사는 12살 펑즈웨이(彭智衛)의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중국 동방망(東方網) 등은 '효자 소년'의 사연을 소개했다.
펑즈웨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는 근육무력증을 앓았다.
펑은 5살 때부터 혼자 목욕하는 법을 배웠다. 7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펑은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았다.
고사리 손으로 이불을 말리고 옷을 빨았다. 꼬맹이 펑즈웨이 손에 빨랫줄은 좀처럼 닿지 않았다. 작은 의자를 받치고 올라가 간신히 옷을 걸었다.
8살 때, 펑즈웨이는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촌누나에게 찾아가 주사 놓는 법을 배웠다. 그 이후로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마다 주사 맞히는 일이며 엄마 약을 챙기는 건 모두 펑즈웨이의 몫이었다. 엄마의 병이 도질 때면 펑즈웨이는 그 때마다 능숙하게 바늘을 꽂는다.
10살 때는 한약 다리는 법까지 알게 됐다. 중증 근육 무력증에 걸려 있는 엄마는 면역력이 너무 낮아 감기에 걸리기 쉽다. 펑즈웨이는 엄마가 잔병치레를 하지 않도록 생강탕 달이는 법을 배웠다. 감기예방약도 직접 만들었다. 남들은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릴 10살 나이, 펑즈웨이의 머릿속엔 옷을 빨고 밥을 짓고 집에 생활용품이 떨어지지 않게 챙겨야 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엄마의 병은 좀처럼 낫질 않았다.
11살 때 펑즈웨이는 엄마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문전박대를 당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신문지 등 폐지를 모아서 재활용 상점에 갖다주고 돈을 받아오는 일이 전부였다. 모자(母子)의 전 재산이던 10만 위안은 이제 8000위안(150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2살이 되던 해에는 중국판 동의보감으로 일컬어지는『본초강목(本草綱目)』책까지 들이팠다. 본초강목은 중국 명(明)나라 때의 학자인 이시진(李時珍)이 엮은 약학서(藥學書)다. 이시진이 30년에 걸쳐 집대성한 책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펑은 본초강목을 샅샅이 뒤져 약도 만들어 엄마께 드려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지난달 27일, 병원에서는 엄마를 나가라고 했다. '엄마의 병은 낫지도 않았는데...'
펑즈웨이는 병원을 떠나기 싫다. 하지만 치료받을 돈은 없고 계속 병상을 차지할 수도 없다. 펑은 엄마의 병을 낫게 해주실 의사선생님을 빨리 찾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앞날은 막막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펑즈웨이의 키가 지금 170cm까지 자랐다는 점이다.
그는 기쁜 듯이 말한다. "키가 크다보니까 일자리를 찾기 쉬워요." 펑은 엄마를 업고 계단 2층은 거뜬히 오른다. 펑의 마지막 한 마디가 가슴을 친다. "앞으로는 제 키가 더 클테니 엄마를 돌볼 힘이 더 많이 생기겠죠?"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사진설명]
1.구이저우 소년
2.어머니를 돌보는 구이저우 소년
3.엄마를 간호하다 잠이 든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