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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쏘아부치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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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무더위에 높은 습도가 계속되면서 불쾌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쾌지수가 83을 넘게 되면 학습 능력이 저하되고 부부 싸움, 교통사고 및 사소한 폭행 사고가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끈적거리는 날씨에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짜증 섞인 말을 쏘아부치게 된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니 괜스레 짜증이 치밀어 남편에게 톡 쏘아부치고 난 뒤 금세 후회했다” 등 무더위가 크고 작은 싸움으로 이어졌다고 토로하는 글들이 요즘 SNS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날카로운 말투로 상대를 몰아붙이듯 공격하는 태도를 나타낼 때 위에서처럼 ‘쏘아부치다’고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표현으로 ‘쏘아붙이다’고 해야 바르다.

 ‘쏘아붙이다’ 외에도 뒤에 ‘붙이다/부치다’가 붙는 말들은 헷갈리기 십상이다. ‘걷어붙이다/걷어부치다’ ‘몰아붙이다/몰아부치다’ ‘밀어붙이다/밀어부치다’ ‘벗어붙이다/벗어부치다’를 정확히 구분해 내는 이는 많지 않다.

 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붙이다/부치다’의 부분에 ‘붙게 하다’를 대입해 보는 것. ‘붙이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의미가 통하면 ‘붙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치다’를 쓰면 된다. 그럼 하나씩 대입해 보자.

 “바지를 걷어붙이다”의 경우 바지를 말아 올려 ‘붙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으므로 ‘부치다’가 아닌 ‘붙이다’를 사용한다. “구석으로 몰아붙이다”의 경우도 몰아서 ‘붙게 한다’로 바꿔 썼을 때 의미가 통하므로 ‘몰아부치다’가 아닌 ‘몰아붙이다’를 쓰는 게 바르다. 마찬가지로 ‘밀어붙이다’ 역시 ‘붙게 하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붙이다’를 써야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부치니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의 경우 ‘힘차게 대들 기세로 벗다’는 의미를 지닐 뿐 ‘붙게 하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붙이다’가 아닌 ‘부치다’를 붙여 ‘벗어부치다’고 써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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