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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췄다, 결제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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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노유정 본지 인턴기자가 홍채 보안 전문 회사 이리언스가 개발한 홍채 인식기를 이용해 커피 한 잔을 가상으로 결제하고 있다. 홍채 정보는 같은 사람이라 해도 양쪽 눈이 다르게 나타난다. [조문규 기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요.”

"눈을 인식기에 대주세요.”

 앞으로는 커피숍에서 이런 주문이 오갈 수 있다. 신용카드와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계산대 앞의 홍채 인식기에 눈동자만 갖다대면 결제할 수 있다. 은행에 가서 홍채 정보를 등록한 뒤 ‘홍채 카드’를 만들면 은행은 금융결제원과 정보를 반씩 나눠 저장해 두고 있다가 홍채 주인이 결제할 때 두 정보를 합친다. 이 정보와 사용자의 홍채가 일치하면 결제가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공인인증서 대신 홍채 인식기에 눈동자를 갖다 대면 결제가 끝난다. 30일 한국은행 본점 별관에서 열린 ‘금융분야 바이오인증 활성화 전략’세미나에서 이리언스(홍채 인식 보안 전문 회사)가 선보인 서비스다.

 그동안 첨단 보안을 위한 목적에서 개발됐던 생체 인식 기술이 금융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홍채뿐 아니라 지문·정맥·얼굴·음성 등의 생체 정보를 통한 계좌개설·자금이체·출금·결제 등이 가능하다. 금융권에선 이런 첨단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한 물밑 전쟁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홍채를 이용한 바이오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에 따라 보안 안정성을 갖춘 새로운 거래 인증 방식이 필요해진데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홍채를 이용한 바이오 인증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지난 5월 이리언스와 멘토링 협약을 했다. 이 관계자는 “대여 금고의 보안 장치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후 ATM 기기에 적용하거나 홍채 정보를 활용한 금융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문이나 손가락, 손바닥을 이용한 은행 업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정맥 인식기술 개발 업체인 코리센은 손가락의 정맥을 이용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손가락을 인식기에 갖다 대면 손가락 안의 정맥의 흐름이 찍힌다. 마치 나뭇잎의 잎맥 같은 패턴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본인 인증이 완료된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과 일본의 미즈호·미쓰이스미토모·리소나 은행이 손가락 정맥 인식 기술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인터넷뱅킹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신한은행이 이 방식을 적용해 본인 인증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측은 “금융사기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완벽한 인증 수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각종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되면서 생체 인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어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문 인증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은행 측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보안 인증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손바닥의 정맥을 이용한 인증 기술도 소개됐다. 김상현 한국후지쯔 신규비즈니스부 과장은 “이 기술을 도입하면 ATM을 이용할 때 카드를 휴대할 필요 없이 생년월일·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손바닥을 기기에 대기만하면 거래가 된다”며 “일본에서 이미 시행중인 서비스로 장바구니를 들고 카드를 꺼내기 불편한 주부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도쿄 미쓰비시 UFJ은행과 오가키교리츠 은행 등이 ATM기기에 이 회사가 개발한 손바닥 인증 방법을 도입했다. 목소리를 통한 금융 서비스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김명환 한국뉘앙스 이사는 “금융회사의 폰뱅킹은 해킹에 쉽게 노출돼 있지만 목소리 인증 방식을 택하면 보안성이 강화된다”며 “남편이 죽었는데 아내가 몇 년 동안 연금을 탄 방배동 사건 같은 일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글=김경진 기자, 노유정 인턴 기자 kjink@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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