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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먼저 보는 사설] 왕관을 쓰려는 자, 아버지의 마음을 얻어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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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승계 싸움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책임지고 있었죠.

그런데 올 1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의 주요 직책에서 해임시켰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몰래 한국 지분을 사모으다 들켜서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지난 16일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바야흐로 왕좌에 올랐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열하루 뒤인 지난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그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롯데홀딩스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나를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원 해임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차남 신동빈 회장도 졸지에 해임된 것이죠.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해임된 뒤 줄곧 아버지를 찾아가 “잘하겠다. 용서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뒤, 롯데홀딩스는 긴급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습니다. 무단 해임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왕회장’을 자리에서 내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거지요.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회장의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정식 소집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유의 창업자 일선 퇴진 사태까지 불거진 이번 ‘형제의 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의 보유 주식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6명을 자신의 사람을 바꾸면 판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가족과 지인을 등에 업은 장남과 임원을 지원군으로 두고 있는 차남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가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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