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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새마을금고 강도는 명문대 출신…지인들 "아들 빚 갚아주려 은행 강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발생한 서울 잠원동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의 용의자 최모(53)씨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범행 직전까지 퀵서비스 기사로 일한 최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는 최종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씨 지인들의 인터뷰가 언론에 보도된 후 경찰이 다시 확인한 결과 최씨는 "서울대를 졸업했고 과거 고등학교 교사로도 일했지만, 처음 진술때는 차마 부끄러워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8년 대학을 졸업한 뒤 1990년까지 교직 생활을 했지만 이후 그만두고 아버지 사업을 도와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9년 부도가 났고 이후로는 퀵서비스 기사 일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애초에 최씨의 범행 동기는 도박 중독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범행 이후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 갔고, 자신도 매달 2~3회씩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의 지인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150만원 월급으로 어떻게 카지노를 다니겠냐”며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아 건강과 생활 형편이 모두 악화됐고, 이후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정기적으로 일을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최씨가 오래전 이혼한 부인과 사이에 아들 셋을 뒀고, 아들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기 때문에 아들이 진 사채 포함 5000만원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처음 조사에서 최종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이라고 했는데, 당시엔 차마 부끄러워서 명문대를 나온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최씨가 월 2~3회씩 정선의 카지노와 경마장을 출입했다고 진술한 만큼, 생활고 보다는 도박벽 때문에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본 기존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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