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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는 국회의 보건부 독립 권고 깊이 새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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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를 복지부와 보건의료부로 분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18일 활동을 종료한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는 활동 결과 보고서에서 보건·의료·방역 기능을 담당하는 보건의료부를 신설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위는 이 방안 외에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방안 ▶보건복지부에 보건차관, 복지차관 등 복수 차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국회가 이 같은 대안을 제시한 배경엔 이번 메르스 사태 때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사실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수뇌부엔 보건의료 전문가가 없었다.

 연금전문가인 문형표 장관과 복지전문가인 장옥주 차관이 전염병을 막는 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보다 현 체계로는 보건의료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문형표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메르스 발병 보고를 소홀히 취급했다. 장관이 관심을 온통 연금에 쏟아붓고 있으니 조직 전체도 메르스 방역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 가운데 복지가 80%를 차지하고, 보건의료는 20%밖에 안 된다. 요직의 대부분은 고시 출신 관료들이 채우고 있다. 역대 27명의 보건복지부 장관 중 보건의료인 출신은 2명밖에 안 된다. 상황이 이러니 간부들도 승진에서 유리한 복지 분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따내고 인력을 배치하는 데도 보건의료는 우선순위에서 복지에 밀린다. 주무부처도 보건의료를 서자(庶子) 취급하는데 정치권이 관심을 쏟을 리 없다. 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은 국회만 가면 깎이기 일쑤다.

 하지만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 부처를 두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질병 관리를 그만큼 중시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문제가 터지면 보건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떠들다가 예산·인력 등을 이유로 나중에 흐지부지되곤 했다. 사스(SARS), 신종플루 사태 때 방역 전문가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질병관리본부 내 역학조사 전문가는 여전히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메르스 발병 초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전염이 확산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초기에 방역망을 넓게 치고 싶어도 방역 인력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국회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독립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복지와 보건의료를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가 나선 만큼 보건의료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보건의료를 독립시켜도 그 조직을 똑같은 행정 공무원으로 채운다면 의미가 없다. 보건의료 부처 신설은 전문성을 갖춘 공공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