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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 후보 지지 어떤가요” “분열 심한 한국선 어렵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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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훈범 논설위원(가운데)과 권석천 사회2부장(오른쪽). 이 위원은 ‘벌거벗은 대통령’과 ‘총리감이 없다고요?’를, 권 부장은 ‘B급 젊음이 여수 밤바다에서…’와 ‘메르스가 폭로한 권력의 누아르’를 기억나는 글로 꼽았다. 왼쪽은 정강현 청춘리포트 팀장. [김상선 기자]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홍익대 앞 공연장 ‘롤링홀’에 중앙일보의 50대 논객 아저씨들이 등장했다. 심도 있는 칼럼으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하경 논설주간, 이훈범 논설위원과 권석천 사회부장이다. 이들과 대학생을 포함한 2030세대 150여 명이 ‘사설·칼럼과 중앙일보’를 주제로 네 시간여 동안 열띤 대화를 나눴다.

#왜 사설과 기명 칼럼은 논조가 다른가

 신문의 얼굴은 1면이지만 심장은 맨 뒤편의 오피니언면이다. 중앙일보 오피니언면은 4개 면이다. 사설은 하루 세 개가 실린다. 여기에 논설위원이 돌아가며 쓰는 ‘시시각각’과 사내 칼럼인 ‘분수대’ ‘노트북을 열며’, 외부 필진이 쓰는 ‘시가 있는 아침’, 창간 50주년 기념 ‘평화 오디세이’를 포함해 평균 13개의 글이 매일 지면에 실린다.

 오피니언면을 관장하는 이하경 논설주간은 신문콘서트에서 ‘사설과 칼럼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주간은 “18명의 논설위원이 아침마다 이슈에 대해 토론한 후 가치 있는 주제를 세 개 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쓸지 토론한다”고 말했다.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 결론이 안 날 때도 있는데 그때 책임지고 결정하는 게 주간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 면에 실린 사설과 칼럼의 논조가 다를 때도 있다’는 지적에는 “사설과 칼럼이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주간은 “사설은 중앙일보의 공식적인 입장이고 칼럼은 기자 개인의 생각이며 일탈도 허용되는 공간”이라며 “이런 원칙은 사내외 필자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방청객 문동혁(23)씨가 “한국의 신문이 겉으로는 객관적 시각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 차라리 미국처럼 대선 후보에 대해 명시적인 지지를 표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질문했다. 이 주간은 “한국 사회가 워낙 분열돼 있기 때문에 언론이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훈범 논설위원과 권석천 사회2부장이 대화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 위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판한 ‘잘못 뽑았나?’(2006년 7월 10일자)라는 자신의 칼럼을 소개했다. 잘못 썼다고 생각하는 칼럼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오 시장 취임 한 달 만에 쓴 칼럼인데 너무 성급하게 시장을 비난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특히 잘생겨서 뽑은 게 아니냐고 칼럼에서 비아냥거린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벌거벗은 대통령’(지난 7월 4일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한 ‘반성문’(2007년 12월 25일자)도 기억에 남는 칼럼으로 꼽았다. 이 위원은 “‘반성문’ 칼럼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 당시 위장전입, BBK, 자녀 위장취업 같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본인이 잘나서 뽑힌 것 같은 취임사를 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반성문을 대신 쓴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장은 ‘메르스가 폭로한 권력의 누아르’(지난 6월 15일자) 칼럼을 소개했다. 소설 『페스트』를 텍스트 삼아 메르스 사태를 맞아 허둥댄 정부의 행태를 비판한 글이다. 권 부장은 “ 중동호흡기증후군이 터졌는데 『페스트』라는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다. 정부와 사람들의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을 느꼈 다”고 말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다룬 ‘채동욱 사퇴, 분노하는 검사들에게’(2013년 9월 18일자)에 대해서는 “당시 한 검사가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동반 사퇴를 얘기하는 것을 두고 ‘검사들이 화내야 할 것은 총장이 그만둔 상황이 아니라 총장만 바꾸면 검찰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고 했다. 송윤지(28)씨가 평소에 글감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칼럼을 쓸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물었다. 이 위원은 “1998년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메모를 해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칼럼 하나를 쓸 때 7~8시간 정도 걸리고 다음날 1~2시간씩 다듬는다”고 했다.

#대학생과 논설위원의 만남

이하경 논설주간(왼쪽)이 정강현 팀장과 ‘중앙일보 사설과 칼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부에서는 50대 논설위원과 각종 토론대회·독서로 내공을 다져온 20대 대학생 네 명이 마주 앉아 ‘신문의 미래’를 논의했다. 대학생 논객은 고은산(24·고려대 통계학과), 오도영(23·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정순민(24·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3학년), 조현(25·성균관대 철학과 3학년)씨다.

 조현씨는 “신문은 기성세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주로 담겨 있어 2030세대는 신문이 다루는 주제에 관심을 줄 여력이 없다”며 “우리는 짜장면을 먹을 나무젓가락이 필요한데 신문은 스테이크용 포크와 칼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수민씨는 “종이신문이 내리막을 걷는 건 되돌리기 힘들다”며 “양질의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빠르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범 위원은 “집토끼(기존 독자)에게 서비스를 하는 동시에 산토끼(새로운 독자)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매일 두 가지 신문을 본다는 고은산씨는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한 것뿐”이라며 “아직도 활자매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종이신문의 특성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살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기자들 역시 자신의 기사를 어떻게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 직접 배우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킨 콘텐트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오도영)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권석천 부장은 “우리도 변화된 플랫폼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료화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다. 방청객 박치현(26)씨가 “언론이든 게임이든 콘텐트 유료화가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고 말하자 이 위원이 “수익이 없으면 양질의 기사를 만들기 힘들고, 신문이 망하면 기사를 못 보는 독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수익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채윤경·김민관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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