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재일기

승복도 반성도 없는 형사 성공보수 금지

중앙일보

입력 2015.07.29 00:02

업데이트 2015.07.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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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임장혁
사회부문 기자·변호사

대한변협은 지난 27일 “형사 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위헌 선언을 해서라도 이번 판결만큼은 헌법재판소가 깨 달라는 요청이었다. 대법원 판결에 “3권 분립에 반하는 입법행위” “사법적극주의의 나르시시즘” 등 변호사들의 반발이 거세자 변협이 헌재를 끌어들여 맞불 놓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법원에 접수된 형사 사건은 23만5743건(1심 기준). 이 중 8만3185 건엔 국선변호인이 선임됐다. 나머지 사건의 절반 정도를 대형 법무법인이나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쓸어가니 형사 사건을 1년에 한두 건도 못하는 변호사가 태반인 현실이다. 결국 이번 판결로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변호사는 특정 부류에 국한됨에도 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변호사를 찾기 힘든 걸까.

 우선은 변호사업계의 오랜 관행을 단칼에 끊는 판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내려진 게 충격적이어서다.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개변론 한 번 없이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전원합의체 회부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등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약해 온 대법원이 보여 준 오만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실제 대법원은 해당 사건 변호사의 상고 취하를 우려해 선고 직전까지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변호사들이 성공보수가 무효라고 주장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전관예우’ ‘유전무죄’ 논란은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워 온 고질병이다. 하지만 이를 고치려는 변호사법 개정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1995년과 99년 두 차례의 사법 개혁 과정에서 형사 성공보수 금지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2007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안심사소위에 모인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의견을 주고받다 끝났다. 변협은 되레 2013년 변호사윤리장전에서 ‘성공보수 선(先)수령 금지’ 규정을 삭제했다.

 성공보수 무효 판결이 기대처럼 ‘대법원발(發) 사법 혁명’이 아니라 혼란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법원과 변호사들이 힘과 힘으로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법조 3륜이 내는 파열음에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불투명한 재판으로 전관예우 논란을 자초했던 대법원도, “성공 가능성이 큰 쪽을 택하라”며 고액 사건을 수임하던 대형 로펌들도, 퇴임 후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전관들도 “잘못했다” “이젠 제대로 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승복하려고 하지 않는 혁명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임장혁 사회부문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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