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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근혜 때리기’만으론 어렵다는 야당의 자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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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공세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내부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당의 민주정책연구원(원장 민병두 의원)은 최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박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고비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야당 지지율이 거꾸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원이 제시한 대표적 사례는 청와대 ‘비선 실세’ 문건 유출 정국과 성완종 사건 등이다. 연구원은 결론으로 “내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으론 이길 수 없다”고 적시했다.

 연구원이 지적한 현상은 지지율이라는 수치뿐 아니라 선거 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정권 취임 이후 세 차례 주요 선거에서 참패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여파와 세월호 침몰 사태가 정권을 강타한 때였다. 그 해 7·30 재·보선은 세월호 사건 책임론이 크게 불거진 시기였다. 이듬해 4·29 재·보선은 세월호에다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문건 사건의 여파가 겹친 상황이었다.

 3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에 불리한 사건’이라고 해서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분석을 적용하면 메르스 사태나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야당의 접근 방식도 야당의 지지세를 확산하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 견제는 야당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보고서와 선거 결과는 견제가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사실 야당은 여러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고령층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보수 지지층이 커지고, 복지 같은 ‘야당의 이슈’를 여당이 선점했으며, 단일화를 해도 어려운 판에 야권은 분당·신당론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실패한 노선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당의 과잉 행동은 국회를 비롯한 국정의 운영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 야당 혁신위는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