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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먹히는 중국 증시…'개입 딜레마' 빠진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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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냐 시장논리냐. 주식 시장 급락에 중국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모른 척 하자니 증시가 무너지고, ‘주스(救市·시장 구하기)’에 나서려니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우려가 크다. ‘개입 딜레마’다. 이 바탕에는 최근 중국 증시에서 벌어지는 국가와 시장의 백병전이 깔려 있다.

28일 중국증시에서는 시장과 정부의 드잡이가 치열했다. 증시는 하루종일 널을 뛰었다.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위)는 이날 “중국증권금융공사(CSFC)가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4% 하락으로 출발했다. 중국인민은행이 곧 “적절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500억 위안을 시장에 공급했다. 지수는 곧바로 상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흔들리는 투자심리를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상하이 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1.68% 하락한 3663.00에 장을 마쳤다.

중국 정부는 시장의 마지막 보루다. 중국 금융경제전문가 예탄은 “중국에서는 모두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베팅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데 있다. 이미 쓸만한 카드도 거의 썼다. 신규 기업공개(IPO)를 중단했고 공매도를 금지했다. 대주주의 주식 매각을 6개월간 제한했고 CSFC가 2조5000억~3조 위안의 자금을 투입했다. 심지어 상장 종목 절반(1400개)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고 정책 의존도는 커진다. 투자자에게는 ‘땅짚고 헤엄치기’다. 지수가 떨어져도 정부가 가격을 지지해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7일 증시 급락도 노골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의 반작용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처방을 내놓기도 어렵다. 증시를 끌어내린 요인이 분명치 않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부터 물가에 영향을 주는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 시장과 경제에 대한 불안감까지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지만 분명치는 않다”고 했다. 후강퉁으로 상하이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가 급락을 야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지만 중국 증시에서 기관 투자자의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구자이(股災·주가 폭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를 막아야 해서다. ‘증시 띄우기’는 수출에서 내수로 성장 동력을 옮기는 중국 정부가 선택한 노선이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증시 활성화는 필요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인해 얇아진 서민의 지갑을 불려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곳도 주식 시장이 유일했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주식시장 활황을 부추기면서 지난해 7월 만해도 2000대였던 상하지 종합지수는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 6월12일에는 5166.35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정부의 암묵적 부추김 속에 샤오바이(小白ㆍ초보투자자)가 불법 신용거래 업체에서 돈을 빌려 몰빵(滿倉)하면서 증시에는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시장의 거품이 너무 커졌다. 중국 정부는 신용거래를 규제했다.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시장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6월 중순부터 한 달간 중국 증시는 30% 이상 하락했다. 이달 초에만 3억5000만 달러가 증발했다. 충격파가 경제와 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번에는 인민은행과 증감위·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등 ‘국가대표’가 증시 구하기에 나섰다. 정부의 총력전에 24일까지 증시는 다시 16% 올랐다. 하지만 시장은 쉽게 길들지 않았다. 27일 상하이 지수는 8.5% 급락했고 2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가와 시장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나이젤 그린 드 베레그룹 최고경영자(CEO) “올해 말까지 시장의 불안정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도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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