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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北 대사 "핵포기 안해" 회견할 때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중앙일보

입력

북핵 6자회담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화를 완성할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실현하는 협상에 나올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관건적 시기’”라고 말했다.

앞서 19~24일 방중해 중국 조야 인사들을 만나고 온 황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관련 대화 거부 및 하반기 도발 가능성, 북중관계 변화 가능성 그리고 최근 이란핵협상 타결 등 감안할 때 현시점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관건적 시기’라는 표현에 대해 황 본부장은 “중국 사람들이 하는 표현”이라고 말해 최근 중국 방문에서 이같은 중국의 시각을 확인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본부장은 “앞으로 우리는 8월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9월3일 중국 항일 승전 70년 기념 행사,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까지 여러 상황과 계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며 “그 속에서 북한이 도발이 아닌 비핵화의 대화에 나오도록, 그러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란 분명한 인식을 갖도록 한·미·일 공조, 중·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록 북한이 치러야 하는 외교적·경제적 코스트가 커질 수밖에 없단 사실은 자명하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 대사는 “대화가 안 열리는 것은 미국의 적대정책 탓”이라면서 “일방적 핵포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버티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때 황 본부장은 압박과 대화의 투트랙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등을 비롯해 학계, 언론계 등의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난 황 본부장은 “이란 핵협상 타결을 북핵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 모멘텀으로 활용해나가고자 하는 시각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란핵이 북핵과 다르긴 하지만 최근의 합의가 북핵 문제에도 시사점 내지는 긍정적 자극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미·일·러측과도 북핵 문제의 진전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중 직후에는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유선 통화를 하며 중국과의 협의 결과를 공유했고, 김 대표는 같은 시기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황 본부장에게 알렸다. 27일에는 러시아를 방문중인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교부 1차관과 회담하며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현재 한·중·일 순방중이고, 오는 31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차석대표 회담이 열린다.

황 본부장은 “북핵 문제 관련국들 간의 협의는 큰 틀에서 긴밀히 조율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으며, 자주 만날 수록 그만큼 협의의 심도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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