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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이어 예비역 단체 인사 비리

중앙일보

입력

예비역 132만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가 ‘비리 몸살’을 앓고 있다. 재향군인회 내부에서 신임 조남풍 최장 들어 인사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일자 이 기관에 대한 감시ㆍ감독 기능이 있는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6일부터 13일동안 감사를 실시했다.

보훈처가 28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으로 향군에 막대한 재정위기를 초래한 최모 씨가 운영하는 기업의 사내이사인 조모 씨를 무리하게 경영본부장에 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처 관계자는 “최 씨는 2011년 향군 U-케어사업단장을 하며 4개 상장사 BW에 대해 향군의 지급 보증을 함으로써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초래했다”며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치도 않은 채 6월 1일 조 씨를 경영본부장에 앉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본부장에 오르자마자 최모 씨가 향군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에서 향군이 회수한 채권 금액을 214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부풀린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하려는 등 최 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현역과 예비역들이 포함된 방위사업 비리에 이어 예비역 장성이 단체를 맡은 직후 인사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은 또 조 씨를 비롯한 12명의 임직원을 채용하면서 공개채용 절차를 무시하고 임용했고, 이 가운데 8명은 57세 미만인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는 인사 규정과 달리 58세 이상을 임명하기도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향군 산하업체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13명도 대부분 조 회장의 선거 캠프 인사들인 것으로 안다”며 “경영 전문성 검증을 위한 공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회장이 추진 중인 향군 사무실의 역삼동 이전 사업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했을뿐 아니라 임차 기간을 무리하게 5년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훈처는 향군이 인사 규정을 어기고 채용한 25명의 임용을 모두 취소하고 인사 담당자 2명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조 전 경영본부장의 소송 서류 작성에 관여한 유모 자산관리팀장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보훈처는 그러나 인사비리를 저지른 조남풍 향군 회장에 대해선 언급없이 일부 직원의 징계를 권고하는 데 그쳤고, 의혹이 일고 있는 향군 회장 선거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지 않아 겉핥기식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정식 보훈처 공보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완전히 마무리 된 게 아니라 더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향군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향군 운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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