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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때문에 혼날까봐 일본 밀항 시도한 중학생

중앙일보

입력

중학생이 성적 때문에 혼이 날 것을 걱정해 밀항을 시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S군(15·3년)은 지난 17일 종업식을 마치고 부산행 무궁화호에 올라탔다. 1학기 성적이 나빠 부모님께 크게 야단맞을 것을 걱정해 가출한 것이다. 지난 학기에는 성적표를 위조했다가 부모님께 들켜 혼이 났던 터였다.

‘일단 섬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S군은 이날 오후 1시쯤 부산역에 도착해 부산항 방향으로 걸었다. 부산세관 앞에 도착한 S군은 건너편에 보이는 여객선을 타겠다고 결심했다. 세관 철문 아래 30㎝쯤 되는 틈으로 기어들어간 S군은 세관과 맞닿아 있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의 펜스를 뛰어넘었다. 이어 갱웨이(Gangwayㆍ접안용 사다리)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항으로 향하는 1만6000t급 여객선에 몰래 들어갔다.

S군이 잠입한 여객선은 이날 오후 9시쯤 출항 예정이었지만 태풍 기상 악화로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화물만 싣고 있었다. S군이 탄 사실을 몰랐던 여객선은 다음날 오전 3시 시모노세키항으로 출항했다. S군은 여객선 내부를 돌아다니며 매점에서 현금 8만2000원을 훔쳤다.

S군의 밀항은 이날 오전 7시쯤 입항을 준비 중이던 선원이 갑판에서 S군을 발견하면서 끝났다. S군은 “내선이라고 생각해 배를 탔는데 여객선 내 안내책자를 보고 나서야 일본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여객선 측으로부터 S군을 넘겨받은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8일 S군을 밀항단속법 위반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항만 보안이 허술해 보안대책 강화를 부산항보안공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항보안공사는 “S군이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지점으로만 이동해 침입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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