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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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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캐나다의 극한 생존 전문가 레스 스트라우드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생존 기술과 카메라 한 대로 거친 자연에 맞서 왔다. 그는 자신이 직접 제작과 감독, 촬영과 진행을 맡은 극한 생존 TV시리즈 ‘서바이버맨(Survivorman)’으로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식량과 장비를 거의 준비하지 않은 채 홀로 오지에 들어가 한번에 최장 10일까지 자신의 생존 기술만으로 버티는 극한 체험을 보여준다. 그에게 극한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한지 물었다.

혹한에 밖에서 지낼 수밖에 없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바람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기온이 낮을 때는 바람이 치명적인 힘을 지닌다. 그곳이 도시든 자연 속이든 마찬가지다. 바람을 피하면 상황의 50%는 개선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바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눈이나 나뭇가지로 바람막이 벽을 쌓을 수도 있고 도랑 속에 몸을 숨길 수도 있다. 어떻게든 바람을 피해야 한다.

바람이 그렇게 나쁜 이유는?

체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차가운 땅바닥에 앉거나 차가운 벽에 기대도 체온을 금세 빼앗긴다. 체온이 내려갔을 때는 거수도약운동(차려 자세에서 뛰면서 발을 벌리고 머리 위에서 양손을 마주쳤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동작)이 도움된다. 난 그럴 때 팔굽혀펴기를 많이 한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 속에서 열이 발생한다. 다만 하루 종일 거수도약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페이스를 조절해 가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 난 추운 날씨에 밖에서 지낼 때는 20분마다 팔굽혀펴기를 20~40회씩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치즈를 크게 잘라 두어 조각 먹는다. 치즈가 밤새 뱃속에서 소화되면서 잠자는 동안 몸속을 데워준다.

혹서와 혹한 중 어느 쪽이 생존하기에 더 어려운가?

더위가 심할 때는 모래 언덕 뒤나 나무 밑에서 쉬고 한낮의 열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에 일하면 된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쉴새 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내게 세계에서 생존이 가장 어려운 곳이 어디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기온이 문제라고 말한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마찬가지다. 그 다음엔 그 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자신의 상태와 주변 여건을 정확히 평가한다. 둘째, 결정을 내린다. 셋째, 행동에 옮긴다.

먼저 평가 단계의 3가지 영역을 살펴보자. 첫째 영역은 자신의 몸과 입고 있는 옷이다. 몸이나 옷 주머니에 무엇을 지니고 있는가? 무엇을 입고 있는가? 그중에 지금 내게 유용한 건 뭔가?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 팔목이 부러졌다든지 발목을 삐었다든지 하는 등등.

둘째 영역은 가까운 주변이다. 배낭이 가까운 나무 옆에 있고 그 안엔 텐트가 들어 있다.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니 필요하다면 이곳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낼 수 있다.

셋째 영역은 더 먼 곳까지 확장된다. 강 위쪽 500m 지점에 오두막이 있었다. 지도에서 본 기억으로는 동쪽으로 800m쯤 걸어가면 도로가 나온다. 약 90초면 이 모든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1분 30초면 자신의 상태와 주변 여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엔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용히 앉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결정한다. 그곳에 임시 거처를 만들고 밤을 지내든 그곳에서 빨리 빠져나가든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어쨌든 이제 자신의 상태와 주변 여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할지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아는 것이 힘이다.

“3번 난관에 부딪히면 그곳에서 빠져 나오라”고 말했는데 그런 규칙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내가 가이드로 일할 때 실제로 많이 했던 말이다. 경험에서 나온 규칙인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라. 한데서 지내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첫 번째 난관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건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누를 타고 가다 뒤집혀서 강가로 밀려갔다. 두 번째 난관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몸을 말리고 카누를 바로 세워 다시 타고 가면 된다. 하지만 카누가 뒤집혀 강에 빠질 때 누군가가 발목에 골절상을 입었다면? 세 번째 난관이다. 보통 이렇게 어려운 일이 3번이나 겹치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연속 3번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계획을 수정해라.

“극한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말도 했는데.

그럴 때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으라”고 말하는 건 약간 구식이다.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나? 누군가가 나를 찾으러 올까?’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으론 살아남으려면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모든 게 잘 될 거야’ 하는 식으로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 폭풍이 다가오고 기상이 악화한다. 추위가 닥쳐오고 비가 쏟아진다. 식량이 바닥나고 누군가가 다친다. 집은 아득히 멀리 있고 아무도 당신을 기다리거나 찾으러 오지 않는다.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을 때 앞으로 가야 하나 지나온 길로 되돌아가야 하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모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게 돼 유감이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난 대개의 경우 지나온 길로 되돌아 가라고 말한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그 길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80㎞나 걸어가야 하잖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80㎞는 당신이 아는 길이다.

극한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은?

3가지를 말하겠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든 모닥불을 지펴라. 사막이든 정글이든 남극이든 상관 없다. 모닥불은 모든 걸 바꿔놓는다. 우선 기분이 나아지고 귀신이 있다면 겁주어 쫓아버릴 수 있다. 또 물을 정화하고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밝은 빛을 비춰준다. 둘째, GPS나 아이폰, 맵퀘스트 등의 도움 없이 방향을 파악하고 길을 찾는 방법을 배워라. 동쪽과 서쪽을 구분하고 황야에서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해라. 셋째, 체온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라. 오두막에 머무르면서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할 때 외투가 없다면 신문지로 몸을 감싼 다음 옷을 입는 등의 기지를 발휘해라. 이 3가지 기술을 합치면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조나 리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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