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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샤오미, 도대체 넌 누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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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우덕 기자 중앙일보 차이나랩 고문/상임기자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휴대전화 배터리, 공기청정기, 에어컨, 정수기, 선풍기, 체중계, 운동화….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무슨 업종이라고 해야 할까? 정보기술(IT)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전 메이커라고 보기도 어렵고, 체육용품 회사는 더더욱 아니고…. 영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중국 샤오미(小米) 이야기다. 요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대륙의 실수’ 돌풍의 주역이다.

 영역은 끝없다. 최근 샤오미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류더(劉德) 부총재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을 찾았다. 평범한 차림의 그가 간 곳은 농업기술원화훼연구소. ‘인터넷플러스(+)화훼단지’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중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류 부총재의 셈법은 이렇다.

 “농업도 이젠 스마트 시대다. 3년 안에 10ha 규모의 ‘스마트 온실(智能溫室)’을 만들 계획이다. 온도·습도·화초의 성장 등을 휴대전화로 체크하게 된다. 연간 약 2000만 그루의 꽃과 분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2억 위안(약 350억원)의 매출, 자신 있다.” 이제 ‘샤오미 장미꽃’마저 나올 판이다. 또한 유명 운동화 브랜드인 리닝(Lining)과는 ‘스마트 운동화’를 만든다. 운동화 바닥에 칩을 달아 발의 피로 상황을 체크할 수 있고, 최적의 운동량을 산출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단다. 이 정도면 ‘스마트’를 갖고 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휴대용 배터리, 이어폰 등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만들겠지…’라는 게 업계 반응이었다. 그러나 수면 상태에 따라 바람의 세기를 조절해주는 에어컨, 휴대전화로 수질을 실시간 점검하는 정수기 등이 나오면서 보다 큰 그림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창업자 레이쥔(雷軍)은 이를 ‘샤오미 생태계’라고 표현한다.

사진출처: 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도대체 샤오미는 어디로 가려는 걸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중국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중국은 민간이 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맞다 싶으면 국가 정책으로 받아들인다. 1979년 안후이성 펑양(風陽)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가정 책임 생산’이 전체 농업의 사영(私營) 개혁으로 이어졌듯 말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올 3월 전인대(의회) 국정 보고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인터넷+’를 얘기했다.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며 창업과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샤오미·알리바바 등 혁신기업의 발전 모델을 국가 산업정책으로 흡수하겠다는 선언이다. 제조업 선진화 방안을 담은 ‘중국 제조 2025’는 그 연장선이다.

 샤오미의 실체를 물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은 크게 국유 사이드와 민영 사이드로 양분된다. 중후장대형 산업은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경공업·IT·부동산개발 등에는 민영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했던 청년 레이쥔이 만든 사영기업 샤오미의 성공은 ‘민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일각에서 여지없이 ‘하드랜딩(경착륙)’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급과잉, 지방정부 부채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유 사이드만 본 데서 비롯된 단견이다. 샤오미·알리바바·화웨이·징둥(京東) 등 수많은 혁신형 기업이 활약하고 있는 민영 사이드는 전혀 다르다. 그곳엔 지금 비 온 뒤 죽순이 피어나듯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곧 부서질 거라고? 노(no), 그게 샤오미의 대답이다.

 우리와 직결된 문제다. 지난 24일 중국 유명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 경제 섹션에는 ‘삼성위기(三星危機)’라는 제목을 단 사진 배너가 오전 내내 걸려 있었다. ‘스마트폰 갤럭시의 판매 부진으로 관련 부품업체가 도산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과장성 기사였다. ‘삼성’ 브랜드는 공격당하고 있었다. 애당초 잘나가던 갤럭시의 발목을 잡은 게 바로 샤오미였다. 샤오미 돌풍으로 중국 휴대전화시장이 중저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삼성은 시장을 내놔야 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우리 인식 속 샤오미는 ‘짝퉁’이었다. 그 돌풍을 외면한 게 ‘삼성위기’의 원인이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샤오미, 넌 도대체 누구냐?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그 답을 알아야 우리도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