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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같으면서도 다른 ‘메우다’ ‘메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괄호 안에 있는 낱말 가운데 문맥에 맞는 단어는 어느 것일까?

 1)커피숍에서 빈 시간을 (메웠다 / 메꿨다).

 2)피서객들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 메꾸고) 있었다.

 1)과 2)에서 ‘메꾸다’를 활용한 ‘메꿨다’나 ‘메꾸고’는 표준어가 아니어서 답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메웠다’ ‘메우고’가 정답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1)에서 ‘메웠다’ ‘메꿨다’ 모두 가능하다.

 둘 다 가능한 것은 ‘메꾸다’도 표준어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이 ‘메꾸다’를 사투리 취급했지만 2011년 8월 표준어로 편입했다. 따라서 1)의 경우 “시간을 메웠다” “시간을 메꿨다”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2)는 어떻게 될까? ‘메꾸다’가 표준어가 됐다면 당연히 2)에서도 ‘메우고’ ‘메꾸고’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아니다. 앞에서는 둘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얘기해 놓고 왜 뒤에서는 딴소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메우다’와 ‘메꾸다’가 의미에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메꾸다’는 ‘시간을 적당히 그럭저럭 보내다’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것을 채우다’고 할 때는 ‘메우다’와 같은 뜻으로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남은 시간을 메웠다 / 메꿨다” “우물을 메웠다 / 메꿨다”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 가득 차다’는 뜻으로는 ‘메꾸다’가 쓰이지 않는다. 이때는 ‘메우다’만 가능하다. 즉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가능해도 “경기장을 가득 메꾼 관중”은 어색하다. 2)에서도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는 괜찮지만 “해변을 가득 메꾸고 있었다”는 어딘지 어설프다. 이럴 때는 ‘메우다’만 어울린다. 국립국어원은 이런 경우 ‘메꾸다’를 쓸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2)는 ‘메우고’가 정답이다. ‘메꾸다’는 어떤 장소에 사람이 가득 차다는 뜻으로는 쓰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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