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교복·딱딱한 표정 … 그땐 그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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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촬영된 천안제일고 졸업사진. 굳은 표정의 학생들이 일렬로 앉아 있다. [중앙포토]

교훈·교가 등 학교 상징과 함께 맨 앞장에는 교장·교감 선생님이 근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뒤론 평교사들의 증명사진이 담긴 페이지가 이어진다. 그런 다음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줄지어 나오는데….

 졸업앨범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처럼 판에 박힌 듯한 앨범 형식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1960~70년대만 해도 졸업앨범은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졌다.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학생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교복 단추는 끝까지 채워야 했고 모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졸업 사진 찍을 때면 속된 말로 ‘각’을 잡아야 했던 거다. 당시 고교 졸업사진을 찍었던 60대 남성 K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제식훈련을 하고 학생회장을 연대장이라 부를 때”라며 “졸업사진을 찍을 때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졸업앨범에 컬러 사진이 도입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앨범 속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90년대 들어선 근엄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던 교사들이 다양한 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내의 같은 장소에서 등장인물만 바꿔가며 사진을 양산하던 체제는 꽤 오래 지속됐다.

 2000년대 들어선 졸업앨범의 개성 시대가 만개했다. 학교마다 경쟁하듯 서로 다른 구성의 앨범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학캠퍼스나 공원을 찾아 졸업사진을 찍는 고등학교도 많다.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글을 앨범에 쓰고 직접 그린 삽화를 넣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의정부고 사례처럼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려는 게 요즘 졸업앨범의 특징이다.

한영익·정혁준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