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원작의 팬이에요. 펀드매니저였던 장태호는 노숙인 세계에 들어가서도 (점점 낡고 더러워질망정) 항상 하얀 셔츠에 수트를 입어요. 팬으로서 그런 느낌까지 살리고 싶었어요. 장태호는 이번 싸움을 이기지 않으면 죽어요. 목숨을 건 사투죠. 저도 그런 마음으로 찍었어요. 제가 원했던 액션이니까. 제일 큰 준비는 체력, 엄청난 체력이었죠.”
24일 시작하는 JTBC 새 드라마 ‘라스트’(금·토요일 오후 8시30분)의 주연배우 윤계상(37·작은 사진)의 말이다. 21일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실제 맞고 때리는 액션이 많아 저도 손이 찢어졌다”며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상상하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 역시 사실적 액션과 비정한 이야기가 두드러졌다. 작전실패로 하루아침에 나락에 떨어져 서울역까지 흘러든 장태호(윤계상)가 노숙인을 이용해 100억원대 지하경제를 굴리는 조직에 진입해 생존과 재기를 위해 맨몸으로 싸우는 줄거리다. 원작은 다음 ‘만화 속 세상’ 연재 당시(2011~2012) 누적 조회수 600만 회에 이른 강형규 작가의 인기 웹툰이다. 기존의 웹툰 원작 드라마가 멜로 감성 중심이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지하세계 두목 곽흥삼 역의 이범수(45)는 “TV드라마에서 악역은 처음”이라며 “마초적이면서도 그만의 슬픔을 간직한 입체적 악역이란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짝패’ ‘신의 한 수’ 등 영화에선 악당으로 거친 액션을 소화하곤 했지만 TV에선 ‘외과의사 봉달희’ 등 올곧은 인물을 곧잘 연기한 그다. 이범수는 “곽흥삼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악귀 같은 삶을 살게 된 인물”이라며 “자신의 돈을 노리는 장태호의 속내까지 훤히 알고 수싸움을 벌인다”고 소개했다.
연출자 조남국 PD는 앞서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 선굵은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그는 “이 드라마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역 부근에 가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더라”며 “이 특이한 공간을 무대로 액션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좌절과 욕망, 궁극적으로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윤계상은 “특히 원작에 없던 무료급식소 간호사 신나라(서예지) 같은 인물을 등장시킨 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라고 전했다. 그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저 혼자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장태호가 신나라나 류종구 같은 사람을 만나 캐릭터가 변화하고 ‘공존’을 생각하게 된다”며 “박원상 선배가 액션을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원상이 연기하는 류종구는 조직의 2인자이자 전직 권투챔피언으로, 장태호의 멘토가 된다. 팜파탈 분위기 물씬한 술집마담 서미주 역의 박예진(34)은 “이렇게 남자색 짙은 드라마는 본 적 없어서 그 안에서 제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